[필동정담] 금메달 훈련법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배드민턴 결승은 '죽기 살기로 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경기였다. 안세영은 경기 중 무릎 부상을 입어 연신 절뚝거리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의 공격을 받아넘겼다. 중국 선수는 마지막 3세트가 되자 체력이 방전돼 제대로 발을 떼지도 못했다. 이런 장면은 우연히 나온 게 아니었다.
안세영은 남자 선수들 못지않은 지옥훈련을 견뎌왔고, 그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지치지 않는 그의 수비에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 안세영은 '셔틀콕 천재'로 불리며 고등학생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당시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다. 배드민턴 코트 대신 모래밭을 설치해 그 안에서 앳된 선수가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셔틀콕을 받아내고 있었다. 모래 속에 발이 묻힌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훈련을 한 결과 실전에서 그처럼 날렵한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항저우에서 한국팀 첫 2관왕에 오른 근대5종 전웅태는 십중팔구 지금도 어디선가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듯하다.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 등 전혀 다른 종목을 모두 섭렵해야 하는 특성상 근대5종 선수들은 훈련량이 엄청나게 많기로 유명하다. 전웅태도 매일 9시간씩 훈련을 해왔다. 국가대표가 된 뒤로 한 번도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남자 양궁 이우석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은메달만 2개 딴 뒤 절치부심한 끝에 이번엔 혼성 및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고교 시절부터 '천재 궁사'로 불리며 국가대표에 뽑혔지만, 그를 완성한 건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피나는 훈련이었다. 지난 5년간 새벽·야간 훈련을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고 한다.
'신동'이나 '천재'라는 수식어는 누군가의 땀과 눈물을 드러내기에 충분하지 않다. 메달 색깔은 재능의 크기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땀을 흘렸는지에 따라 좌우되곤 한다. 우리가 스포츠에 감동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정직한 법칙 때문일 것이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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