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脫부동산 정치가 주택공급 해법
韓 노무현·문재인 정부때
수요 잡는다며 공급 줄여
민간 없이는 공급확대 불가
규제 대신 시장 맡겨야
추석 전 정부는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잠식하기 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래도 몸을 사리고 있던 착공 대기 물량들의 진행 속도를 높이려는 단기적인 공급 확대에 대한 많은 고민이 담긴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야심 찬 계획에 따르면 내년까지 100만호 이상(인허가 기준)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공약인 270만호의 구성 중 숫자로 표현되기 힘든 민간 역할이 컸듯이 이번 대책도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그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때맞춰 문재인 정부 초기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회고가 담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이야기책이 출간돼 세간의 화젯거리다. 반성과 변명이 약간은 혼재된 느낌이지만 정치화된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고민을 나눠야 할 내용이 많다. 특히나 인과관계에 대한 해석은 다르지만 앞으로 다가올 가격 상승기 주택 공급 확대 방안과 관련해서 되짚어봐야 할 적지 않은 고민이 드러나 있다.
지금 필자는 눈앞에 미국의 주택가격지수 추이와 주택 착공량에 대한 장기 그래프를 펼쳐놓았다. 가격변동률과 착공량은 동반하는 장기 추이를 보여준다. 국제 금융위기 시기 이후를 살펴보면 가격상승률이 플러스로 전환된 2013년 이후 착공 물량이 연환산 100만호 정도에서 2020년 팬데믹 시작 시점까지 140만호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2년이 안되는 초저금리 기간 추가적인 가격 급등에 반응하여 180만호로 증가했다.
똑같은 구도로 국내 수도권의 민간 주택가격지수와 인허가 물량 추이를 본다. 2000년 이후 두 번의 가격 급등기가 보인다. 노무현 정부 시기와 문재인 정부 시기이다. 그런데 해당 가격 급등기 주택 인허가 물량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인다. 2002년 김대중 정부 말기 거주 단위로 43만호까지 증가했던 인허가 물량은 2008년 노무현 정부가 끝나던 해 22만호로 감소했다. 동일하게 박근혜 정부 중반인 2015년 역시 43만호까지 치솟았던 인허가 물량이 문재인 정부가 마감한 2022년 20만호까지 감소했다.
미국의 경우 가격 급등기에 극명하게 주택 공급 확대가 이뤄졌다. 반면 국내 급등기를 담당했던 두 정부는 공급 확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요와 투자 욕구를 꺾어 가격을 잡으려고만 했다.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항변하며 심지어 가격통계를 왜곡해 어설픈 자기 합리화를 시도했다. 그런 왜곡된 판단이 사실이었다면 필요 없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임대사업자인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세·취득세 중과라는 조세의 틀을 과도하게 강화하고, 도심 선호 지역에 아파트 공급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및 개발이익 환수 장치를 좀 더 조밀하게 짜내느라 국민 감정을 소비시켰다. 아무리 지켜봐도 부작용이 더 큰 분양가 통제를 넘어 전월세상한제까지 도입했다. 공급 확대를 만들어낼 민간의 반응이 힘겨운 여건을 만들었다. 가격 상승의 힘이 주택 공급 확대로 연결될 수 있어야 정상적인 시장이다.
미국 주택 시장도 올해 1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하였듯, 국내에서도 특히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 집값을 잡으라고 정부를 윽박지르고,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는, 규제 강화의 부동산 정치가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치화돼버린 주택 시장에서 쉽지 않겠지만 우리 모두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꺾기 위해 싸우지 말고, 그 힘을 이용해 필요한 곳에 충분한 양질의 주택 공급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 정상화 방안을 꾸준히 진행하는 뚝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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