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에도 갈아타는 투자자 … ETF 수수료 인하戰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10. 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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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시 시총 1위 SPY ETF
年 자금유입 2조원에 그쳐
0.09% 높은 수수료율 발목
상대적으로 저렴한 VOO
42조원 뭉칫돈 몰리며 인기
수수료율 낮추는 운용사들
적자에도 점유율 확대 기대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운용사들의 '수수료 인하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ETF의 비용 구조를 꼼꼼히 살피는 스마트 투자자들이 늘며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 인하에 나서는 모습이다.

9일 미국 ETF닷컴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증시 상장 ETF 중 시가총액 1위인 '스파이더 S&P500(SPY)' ETF의 연중 자금 순유입 규모는 14억6680만달러(약 1조9700억원)에 그쳤다. 반면 SPY ETF의 경쟁 상품이자 시가총액 2~3위인 '뱅가드 500 인덱스(VOO)'와 '아이셰어스 코어 S&P500(IVV)' ETF에는 각각 연중 314억3024만달러(약 42조3900억원), 201억172만달러(약 27조1100억원)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ETF 시장에서 동일한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일 경우 시가총액(순자산 규모)이 큰 상품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 들어 SPY ETF가 경쟁에서 밀리는 이유는 수수료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PY ETF의 연 수수료율은 0.09%인데, VOO·IVV ETF는 0.03%로 SPY ETF의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수 추종 상품들은 보통 장기 투자 목적으로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수수료 차이가 장기적으론 큰 성과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앞서 SPY ETF를 운용하는 미국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는 S&P500지수를 추종하는 또 다른 자사 상품인 '스파이더 포트폴리오 S&P5OO(SPLG)' ETF의 수수료를 0.02%까지 인하하기도 했다. 이는 SPY ETF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1000달러 투자 시 연간 수수료가 20센트에 불과하다.

또 다른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는 자사의 인기 상품인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ETF보다 보수가 낮은 '인베스코 나스닥100(QQQM)' ETF를 출시하기도 했다. QQQM ETF의 수수료율은 0.15%로 QQQ ETF(0.2%)보다 저렴하다.

ETF 수수료 인하 경쟁은 국내 시장에서도 눈에 띈다. 격전지는 미국 배당 상품이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이 코카콜라, 펩시코, 브로드컴, 머크 등 10년 이상 배당금을 지급한 우량주들을 편입한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를 출시해 운용 중이다. 가장 먼저 해당 상품을 시장에 내놓은 건 한국투자신탁운용인데, 수수료율을 종전 0.06%에서 0.01%로 낮췄다.

상품 대중화를 이끈 신한자산운용도 수수료율을 종전 0.05%에서 0.03%, 0.01%로 순차적으로 인하했다. 가장 후발 주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수수료율 0.01%를 내걸며 시장 파이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해당 상품들의 원조 격인 미국 증시의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퀴티(SCHD)' ETF는 수수료율이 0.06%로 국내 상품 대비 높은 편이다.

KB자산운용도 올 초 채권형 상품인 'KBSTAR KIS종합채권(A-이상)액티브' ETF의 수수료율을 종전 0.05%에서 0.012%로 낮춘 바 있다. 이후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연금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연초 이후 33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같은 ETF 수수료 인하 전쟁은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성엔 좋지 않다. 인덱스펀드 종류가 많은 ETF의 수익성이 과거 자산운용사들의 핵심 먹거리였던 액티브성 공모펀드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연평균 수수료율은 1.08% 정도인 데 반해 ETF의 수수료율은 0.3%에 불과하다. 자산 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서는 자산운용사 중 올 상반기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건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세 곳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0.01%의 수수료율은 사실상 적자 구조"라며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ETF 수수료를 인하하는 건 손실을 보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적극 확보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자처럼 굴리는 자금 규모가 큰 경우 거래량이 중요해 동일한 상품이라면 시가총액이 큰 ETF를 선택하는 게 좋다. 다만 일반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수수료율이 낮은 ETF를 선택하는 게 장기 수익률에 유리하다. 비용 구조를 확인할 때 표면적인 수수료율 외에 '숨겨진 비용'인 기타 비용을 포함한 총보수비용비율(TER)도 살펴봐야 한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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