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예금 4%대로…다시 고금리 시대?
고금리 예금 만기에…요구불예금 한달새 10조 ↑
지난달 초까지 3%대 중후반에 머물던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모두 4%대로 진입했다. 은행권에서 4%대 예금이 속속 등장하자 시중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한달새 10조 원 넘게 급증했다. 금융 소비자들이 향후 예금금리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자금을 묶어두기보다는 관망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일 기준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4.00~4.05%(12개월·우대금리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연 3.50~3.85%(9월6일 기준) 수준이던 금리 상·하단이 한 달 만에 각각 0.2%포인트, 0.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에 저축은행들도 급격하게 수신 금리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들 사이에서는 4%대 중반 예금 상품들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6일 기준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CK저축은행으로 4.55%의 예금 금리를 제공한다. 저축은행업계 전체의 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4.20%(12개월 기준)로, 한 달 전인 지난달 6일(4.15%)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금융권이 예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100조 원에 달하는 고금리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 1월 기간 증가한 금융권 수신 잔액은 약 96조2500억원이다.
지난해말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수신 금리를 높여 자금을 확보했다. 당시 금융당국이 자금조달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들에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하면서 은행들은 수신 금리를 높여 자금을 유치했었다.
아울러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 금리도 오르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예금 금리의 준거 금리가 되는 금융채 1년물(AAA) 금리는 전날 기준 4.135%로 지난달 6일 3.926% 대비 0.209%포인트 급등했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은 예·적금 상품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망하는 분위기다. 지난달말 5대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08조1349억원으로 전월(597조9651억원) 대비 10조1698억원 급증했다.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언제든 예·적금은 물론이고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의 성격을 지닌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잔액이 3월 이후 6개월 만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문제는 은행권의 이같은 수신 경쟁으로 대출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은행이 취급한 수신 상품 금리의 변동을 반영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대출금리 또한 따라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신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면서 대출금리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출금리는 계속해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는 등 과도한 수신 경쟁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임원 회의에서 "연말 정기예금 만기 집중 등에 따른 머니무브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자금 수급 계획을 재점검하고 자산경쟁 차원의 고금리 자금 조달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런 대응에도 불구하고 예금 경쟁을 막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이 폐지됐다고 해도 시장 금리가 오르는데 예금금리를 안 올릴 수는 없다"며 "지난해 말처럼 6%대까지 오르지는 않겠지만 시장이 이미 기준금리가 한번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선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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