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통신] 영국 제2도시 버밍엄의 파산
과도한 빚과 소송으로 신음
다른 도시들도 위험하지만
'영국의 종말' 우려는 과도해
이번 여름이 끝나갈 무렵, 영국 제2의 도시 버밍엄이 파산을 선언하자 영국 전체가 들썩였다. 버밍엄이 실질적인 파산(effective bankruptcy)을 선언하게 된 자세한 배경을 담기에는 칼럼의 지면이 부족하지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예산편성의 문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실패, 소송의 장기화 등이 원인이다.
실질적인 파산이 의미하는 것은 버밍엄시가 쓰레기수거, 학교운영 등 법으로 정한 서비스와 직원들의 급여, 기존의 계약 건 이외에는 모든 지출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버밍엄은 영국에서 부산에 버금가는 큰 도시이다. 부산과 같은 항구도시는 아니지만 영국 제조업의 본산이다. 또한 인구수로만 따지면 유럽에서 가장 큰 지방자치단체이고, 연간 수입이 34억파운드에 달한다. 현시점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거의 100개에 달하는 잉글랜드의 지자체들이 버밍엄보다 더 많은 부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지자체들마저 파산 선언을 하게 된다면, 영국 전체가 붕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도서관 등 필수적이지 않은 서비스들은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될 것이고 도로보수나 긴급구조활동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나 이미 재정난을 겪고 있는 영국 북부의 도시들에 이것은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이들은 영국 산업의 쇠퇴와 함께 1980년대 석탄채굴산업이 중단되면서 이미 크나큰 타격을 받았다.
한때 산업의 중심지로 호황을 누리던 북부 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이제 암울한 경험이다. 과거 활기가 넘치던 공장 건물들은 생산이 중단되면서 비둘기나 쥐, 노숙을 하는 마약중독자들 거처로 전락해버렸다. 지방정부의 공장건물 개조 프로젝트마저 없었다면 이런 도시들은 어떤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영국인들은 매우 자기비관적인 사람들이다. 만약 누군가가 영국의 경제 불황과 브렉시트 이후의 혼란, 북부도시들의 암울한 미래 등에 대해 비난한다면 애국심에 불타 영국을 옹호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종말을 알리는 종을 울리기 전에 우리는 다른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작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미국과 한국의 두 배에 가까웠고 여전히 영국의 GDP는 세계에서 6위, 유럽에서는 2위를 차지한다. 영국 언론에도 영국 경제의 종말에 대한 우울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카산드라들이 가득하지만 아직 영국의 1인당 GDP는 5만4603달러이다. 영국 어딘가에는 여전히 많은 돈이 존재한다.
영국의 지방정부들이 파산의 위기에 처해 있고, 이 나라 전체가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경제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도서관들이 문을 닫지 않을 것을 나는 확신한다. 그렇다, 우리는 변화가 필요하다. 아마도 중앙정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버밍엄도 그리고 영국도 최소한 오늘 당장 블랙홀로 떨어지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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