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지진 학살' 모리 감독 "저항으로 역사진실 아는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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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모리 다쓰야 감독의 '1923년 9월'은 일본 수도권을 강타한 간토대지진 직후 지바현 후쿠다 마을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소재로 한다.
모리 감독은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이 있었던 사실을 몰랐던 일본의 젊은 층은 영화를 보고 충격받아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며 "일본 내 우익들의 반발도 굉장히 강할 것이라 예상해 걱정했는데, 현재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 의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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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젊은층, 영화보고 충격받아 울면서 귀가" "日가해행위, 영화로 제대로 기억하고자"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모리 다쓰야 감독의 '1923년 9월'은 일본 수도권을 강타한 간토대지진 직후 지바현 후쿠다 마을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소재로 한다.
모든 것이 처참하게 무너졌던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인들은 수많은 조선인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이때 약을 팔기 위해 후쿠다 마을을 찾았던 가난한 일본인 행상단 15명은 생소한 지방 사투리를 쓰면서 조선인으로 오해받는다.
자신을 증명하지 못했던 아이, 임산부 등 9명은 결국 마을 주민에게 무참히 살해당하고 만다.
모리 감독은 영화의 제작 경위에 대해 "20년 전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우연히 본 이후 이 사건이 잊히지 않고 머릿속을 맴돌았다"며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사건이 발생한 마을에 처음 찾아갔을 때는 주민들이 입을 열지 않았지만, 재차 방문하면서 숨겨진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방송국 쪽에서 일을 하고 있어 TV로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PD들이 부적합하다고 입을 모았다"며 "고민 끝에 이 사건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한 영화로 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모리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행상단을 상대로 학살이 시작되는 장면을 꼽았다.
관객들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누가 이 사건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인지 예측하기 어려운데, 이 장면을 기점으로 구분된다.
모리 감독은 "그동안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면서 세상에 나쁜 사람으로 여겨지는 많은 이들을 만났는데, 실제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다"며 "학살이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는 데 집중했으며, 일반인도 누구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대지진 당시 무자비한 학살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일본 내에서는 조선인 학살은 물론 한국의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중국의 난징대학살 등도 없었다며 역사를 날조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것에 대해 저항함으로써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지난 1일 일본에서 개봉했다.
일본 사회에서 꺼리는 주제라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제작비를 모으는 등 당초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자국민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이 영화는 일본 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끌어내고 있다.
모리 감독은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이 있었던 사실을 몰랐던 일본의 젊은 층은 영화를 보고 충격받아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며 "일본 내 우익들의 반발도 굉장히 강할 것이라 예상해 걱정했는데, 현재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 의외"라고 말했다.
최근 자국민 관객과 만나는 자리에서 모리 감독은 과거에 대한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는 현재의 일본 정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람은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며 성장합니다. 이를 잊거나 잊어버린 척하고 자신의 성공만 계속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세요. 현재 일본 정부는 실패와 좌절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성공했던 경험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이 어떤 실패와 좌절을 했는지, 가해 행위를 저질렀는지 저는 영화를 만들어 제대로 기억하고자 합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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