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정부탄압으로 팩트체크 조직들 '모멘텀' 떨어져"
전세계 팩트체크 사이트 증가세 둔화, 83개에서 작년 20개로
개인적 괴롭힘, 정부탄압, 소셜미디어 무관심 등 원인으로 꼽혀
"내년 수십개국 선거 예정… 많은 사람들 팩트체크 불편해 해"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정부 탄압,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무관심 등 이유로 팩트체크 조직들의 '모멘텀'(momentum)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 분석이 나왔다. 한국 역시 정치권 공세 뒤 네이버가 SNU팩트체크센터의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NYT는 지난달 29일 <팩트체커들은 말한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Fact Checkers Take Stock of Their Efforts: 'It's Not Getting Better') 기사를 내고 세계 곳곳에서 활동 중인 팩트체커들의 고군분투와 팩트체크 조직 현황을 짚었다.
팩트체크 조직 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허위정보 경각심이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듀크대학교 연구소(Duke University Reporters' Lab)에 따르면, 팩트체크 사이트는 2008년 11개에서 2022년 424개로 늘어났다.
다만 그 추세가 최근 들어 둔화됐다. 2019년엔 83개의 새로운 팩트체크 사이트가 생겼지만 2022년엔 20개 사이트만이 추가됐다. NYT는 “캐나다의 '발로니 미터'(Baloney Meter), 오스트리아의 '팩트 이즈 팩트'(Fakt Ist Fakt) 등 사이트는 최근 몇 년 사이 조용히 사라졌다”고 했다.
허위정보 관련 극적인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3년 전 미국 대선 당시 투표 조작이 있었다고 믿는 미국인은 10명 중 3명이었다. 몬머스 대학이 지난 여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미국인 10명 중 3명은 투표조작설을 믿고 있다. NYT는 “거의 변한 게 없었다”며 “내년 수십 개국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글로벌 팩트체크 조직들은 지난 몇 년의 노력을 점검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팩트체크를 위축시키는 요인 첫째는 '정치권 압박'이 꼽힌다. 지난 1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60억 원의 뒷돈을 대고 뉴스 영역에 판을 깔아준 SNU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의 팩트체크 사업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2017년 SNU팩트체크가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 당선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했다
[관련 기사 : 네이버 'SNU팩트체크' 지원 중단…가짜뉴스 프레임 압박 통했나]
[관련 기사 : '가짜뉴스 전쟁' 속에 '팩트체크' 죽어가다]
NYT는 “괴롭힘(Harassment)과 정부 탄압(government repression)은 여전히 주요한 억제 요인”이라며 “정치적 양극화로 팩트체킹에 대한 공격, 잘못된 정보에 대한 방어는 보수 인플루언서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들은 팩트체커들이 자신과 반대되는 쪽으로 편향돼 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의 무관심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NYT는 “한때 허위정보 퇴치에 앞장섰던 소셜 네트워크 회사들의 관심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거짓 이야기와 음모론이 여전히 퍼져 있는 소셜 플랫폼은 지난 한 해 동안 허위정보 방지 자원을 축소했다. 언론 연구자들은 팩트체크 전문 조직 및 매체가 플랫폼 기업에 재정적 생명줄을 의존하는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했다.
이런 지적은 네이버의 SNU팩트체크센터 지원 중단 상황과도 연결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말 연 1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 네이버 뉴스 섹션 내 SNU팩트체크 서비스 운영을 종료했다. SNU팩트체크센터는 지원 중단 이후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 사업 △팩트체크 인턴십 △팩트체크 우수상 및 대상 등 사업을 더 진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을 사용한 허위정보 확산으로 언론의 팩트체크는 향후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가장 최근엔 미국 배우 톰 행크스가 AI로 만들어진 자신의 허위 광고를 조심하라고 공지한 바 있다. AI 허위정보를 막기 위해 거꾸로 AI를 활용하는 기술이 연구 중에 있지만 아직 완성 수준은 아니다. 팩트체크 조직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질 필요가 보이는 대목이다.
NYT는 “잘못된 정보에 팩트체크 기관이 개입하는 건 대체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며 “2020년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팩트체크 개입으로 최소 2주간 잘못된 믿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퍼드의 한 연구팀은 2016년 대선 이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2020년 신뢰할 수 없는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미국인 수를 줄이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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