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동산원·KB, 은마아파트·마래푸 실거래가 반영 못한다

윤지원 기자 2023. 10. 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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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23년 아파트 단지별 실거래가 비교분석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강윤중 기자

국내 양대 부동산 통계인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 주간 조사가 실제 거래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시장의 상승·하락 흐름을 정반대로 내놓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표본 조사 방식의 태생적 한계가 있는 데다, 조사 기간마져 주간 단위로 지나치게 짧아 정확한 거래가를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9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한 ‘2023년 상반기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 정책의 현안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2006~2023년 상반기 전국 거래 1359만583건 거래가를 지수화해 부동산원 및 KB통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와 각각 비교했다. 부동산원과 KB는 각각 전국 3만2900호, 6만2220호 표본을 대상으로 주 1회, 월 1회 아파트 가격을 조사하는데 이 조사 값과 실제로 해당 월에 이뤄진 거래의 실거래가를 비교한 것이다.

거래량 없을때 상하한가 조정 주춤, 현실은 급등락
2022년 은마·마래푸 실거래가 계속 겉돌아

단지별로 살펴보면 실제 거래된 가격이 부동산원과 KB가 내놓는 매매가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 거래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76.8㎡)는 총 7건(21억~25억원)인데 이중 1건을 제외한 6건의 거래는 모두 부동산원이 당시 내놓은 은마아파트 상·하한 시세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다. 심지어 KB통계의 시세범위는 7건 실거래가를 모두 비켜갔다. 거래량 자체가 워낙 적은 상황에서 두 기관이 중개업소 의견을 종합해 내놓는 시세 파악이 부정확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9㎡)는 지난해 총 4건(16억~18억원)만 거래됐다. 이때 부동산원은 한해 통틀어 시세를 3번만 조정했다. 하지만 거래량이 작아도 실제 아파트값은 짧은 시기 빠르게 떨어지면서 부동산원이 9, 12월 내놓은 매매가 하한가격이 모두 실거래가를 6000만원~8500만원 웃돌았다. 이를테면 지난해 9월 실거래 가격은 17억1500만원이었지만 부동산원이 제시한 하한가격은 1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KB는 시세를 여러차례 조정했지만 실제 거래는 KB 시세범위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 흐름 자체를 잘못 읽는 경우도 있었다. 부동산원과 KB 조사값이 시장의 상승·하락 흐름과 정반대로 나오는 식이다. 경기 아파트 ㎡당 실거래가는 2021년 3월 529만원에서 9월 674만원까지 상승한 뒤 하락해 이듬해 10월 544만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부동산원 동향조사는 2021년 6월 594만원에서 12월 766만원까지 상승했고, 2022년 10월 728만원으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10월 기준 ㎡당 매매가가 184만원 차이나는 것이다.

표본 교체하자 한달만에 ㎡당 매매가 급상승
두 조사 모두 호가와 실거래 혼합…“전세계서 유례없는 조사기법”

표본에 따라 아파트값 조사 결과가 출렁이기도 했다. 부동산원이 조사 표본을 교체한 2021년 6월 노원구 아파트 ㎡당 매매가는 6월 770만원에서 한달만인 7월 1073만원으로 급상승했다. 보고서는 “부동산원이 표본을 교체하면서 가격이 높은 아파트들이 표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기관의 부정확한 통계는 표본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조사 단위가 주간으로 지나치게 짧은 상황에선 표본이 거래될 확률이 애당초 매우 낮아, 이 과정에서 부정확한 숫자가 거래가격으로 반영될 여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기관은 표본이 거래가 안될 때 시세와 부동산 중개업소 의견을 반영하거나, 중개업소가 입력한 값을 그대로 매매가격으로 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조사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된 가상의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주간 단위 주택 조사는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통계다.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국가는 주간으로 주택가격을 조사하지 않는다. 호가가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U 통계 당국 유로스타트는 “호가는 주택시장 침체기엔 지나치게 낙관적, 회복기엔 지나치게 비관적 전망을 제시하거나 잠재적 판매자를 유인하려는 부동산에 편향된 가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시연구소는 “(주간조사는) 속보성 자료 생산을 위해 정확성을 희생한 것”이라며 “정부와 개인의 의사결정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에 폐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미 지난 2월 국회에서 주간 단위로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를 산출해 공개하는 현재 통계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낸 적이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재까지 부동산원 통계에 대한 이렇다 할 변화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원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개입해 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결과가 나오자 “(폐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겠다고 밝혔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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