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즐기게 될 것이다 MR시장 빅뱅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0. 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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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혼합현실' 경쟁 본격화
애플 '비전프로' 출시 예고에
업계 1위 메타 '퀘스트3'로 견제
최고급 vs 보급형전략으로 맞불
삼성, 구글·퀄컴과 XR 협력하고
LG는 메타와 함께 신제품 개발
콘텐츠·협력 생태계 조성이 관건
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불리는 혼합현실(MR)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맨 위부터 애플의 MR 기기 '비전프로'와 메타의 최신 제품인 '메타 퀘스트3'를 사용하는 콘셉트 이미지. 애플·메타·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에 이어 차세대 '킬러 디바이스(기기)'로 각광받는 혼합현실(MR) 시장을 둘러싼 빅테크 선점 경쟁이 불붙고 있다.

애플이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MR 기기 '비전프로'를 앞세워 시장 진입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업계 1위 메타는 최근 최신형 MR 기기를 공개하며 견제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3'에서 구글, 퀄컴과 차세대 확장현실(XR) 헤드셋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메타는 최첨단 헤드셋 개발에서 LG전자와 손을 잡았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용어 정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설익었다'고 MR 시장을 평가하던 테크 업계 분위기가 180도 바뀐 모습이다.

'메타버스 유행'과 함께 주목받은 MR 시장은 재택근무 종료와 경기 침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부상 등으로 한동안 침체기를 걸었다. 일부 기업은 비수익 부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하드웨어(MR 기기)와 소프트웨어(메타버스·콘텐츠) 사업을 축소했다.

하지만 애플의 MR 진출과 메타의 반격으로 판이 새롭게 짜이고 있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서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헤드셋이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 가전 분야의 차세대 스타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애플의 시장 진입(비전프로 출시)은 투자자들에게 AR·MR 헤드셋에 대한 믿음을 실어주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애플의 참전으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메타는 물론 삼성, 구글 등도 전면적인 MR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시장의 관심은 메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례 행사 '커넥트 2023'에서 공개한 MR 기기 '메타 퀘스트3'에 모인다. 전작 대비 부피를 40% 이상 줄였고, 그래픽 처리 성능은 2배 이상 향상시킨 제품이다. 퀘스트3는 애플의 비전프로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타는 관련 시장에서 49%의 점유율(올해 1분기 기준)을 확보하며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메타의 헤드셋 부문인 리얼리티랩스의 작년 매출은 22억7000만달러(약 3조원)에 그쳤다.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미다.

MR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적은 같지만 구체적인 전략에서 애플과 메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내년 1분기 일반 판매가 시작되는 애플의 비전프로는 가격이 3499달러로 메타 퀘스트3(499달러) 대비 7배에 달한다. 애플은 비전프로에 최고 수준의 해상도인 마이크로LED를 탑재했고, 맥북에 들어가는 M2칩과 XR 기기 전용인 R1칩 등 고가의 반도체를 사용했다.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해 가격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반면 메타 퀘스트3는 상대적으로 낮은 해상도의 LCD를 사용하고, 퀄컴의 최신형 XR 전용 반도체인 스냅드래곤 XR 2세대를 탑재해 성능보다는 소비자 접근성에 무게를 뒀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유사하게 MR 시장의 수익성은 '생태계'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애플, 메타, 구글, 삼성 등 빅테크가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 앞서 관련 콘텐츠 확보와 파트너 협력 등 촘촘한 생태계 조성을 고민한 이유다.

생태계 구축 방식에서도 애플과 메타는 차이를 보인다. 애플은 비전프로의 생태계 확장에 있어 폐쇄적인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생태계에 발을 내딛고 어지간해서는 빠져나오지 않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애플식' 전략이다. 폐쇄적인 애플 생태계에 사용자를 록인(Lock-in)시켜 생태계를 공고히 하고 이들이 지속해서 애플 하드웨어를 구매하도록 유도해 하드웨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디바이스의 강력한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앞서 애플은 스마트폰-아이패드-애플워치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이 같은 성공 방정식을 입증한 바 있다.

애플에 맞서는 메타는 개방적인 생태계를 추구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그러했듯 게임과 소셜을 통해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퀘스트3를 공개한 커넥트 2023에서 "메타 퀘스트3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최초의 주류 MR 기기가 될 것"이라면서 "메타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것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메타는 오는 12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게임을 퀘스트3에서 제공할 방침이다.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과도 협력하고 있다.

MR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 메타도 고사양의 제품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메타는 LG전자와 손잡고 첨단 MR 헤드셋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과 메타가 선두에서 MR 시장을 달궈놓고 있다면 삼성, 구글 등 스마트폰 업계의 '빅플레이어'는 시장을 관망하면서 본격적인 진입 시점을 가늠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손잡고 이르면 올해 XR 기기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는 XR 헤드셋 개발 목표를 애플의 비전프로급으로 상향 조정하며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범용 헤드셋인 메타의 '퀘스트'를 겨냥해 신제품 개발을 추진했지만, 애플이 최첨단 제품을 공개하자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애플과 정면 승부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대만 HTC가 '바이브 XR 엘리트', 중국 바이트댄스의 '피코4'가 MR 기기를 만들고 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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