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 유령이? … 관객 1200명 가면 쓰고 200회 공연 환호

이동인 기자(moveman@mk.co.kr) 2023. 10. 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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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걸작 '오페라의 유령'
13년 만에 돌아온 한국어 무대
8일 오후 7시 200회 공연 순간에
전동석 배우와 관객들 기념촬영
13일엔 국내 무대 1500회 돌파
8일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한 전동석 배우가 이번 한국어 공연 200회를 기념해 마스크를 쓴 관객들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 오페라의 유령 공식 SNS

지난 8일 150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커튼콜도 끝났지만 잠실 샤롯데씨어터 123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밤늦은 시간인데도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커튼이 다시 열리고 긴 손가락으로 지휘하듯 크리스틴을 유혹했던 유령 역의 전동석 배우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관람객을 비추도록 설치된 조명과 함께 유명 배우가 나타나자 관객들은 즐거워하며 일제히 관람 전에 받은 유령 마스크를 얼굴로 들어올렸다.

전동석 배우가 "여러분, 검은 면이 나오면 안 됩니다"라는 농담을 던졌고, '오페라의 유령' 이번 프로덕션 200회 공연의 기념 촬영 이벤트가 마무리됐다. 관객들은 기념 촬영이 끝나고도 유령 마스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서로를 찍어주기도 하며 공연의 여운을 즐겼다.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은 영국 뮤지컬 왕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 '오페라의 유령'이 내한 세 번과 라이선스 세 번, 총 여섯 번의 프로덕션으로 1500회 공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34년 넘게 연속 공연된 작품이며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겸비해 뮤지컬 장르 자체를 대표하는 작품이 됐다. 한국어 공연은 13년 만이다. 국내에선 초연된 이후 22년간 평균 7~8년 만에 열렸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더 오랜만에 한국어 공연이 잡혔다. 보통 인기작이 1~2년마다 공연되는 데 비해 희소성이 있으나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 4월 13일 누적 150만 관객을 부산 공연에서 돌파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자욱한 안개와 수백 개 촛불로 뒤덮인 지하 호수에서 배를 저으며 노래하는 매혹적인 러브 스토리와 객석에서 무대로 곤두박질치는 거대한 샹들리에 등 무대장치는 압도적이었다. 특히 이 샹들리에는 공연 전부터 베일에 덮여 있었는데, 그 크기가 거대할 뿐 아니라 무대로 떨어지는 듯한 연출로 아찔함을 선사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1861년 파리 한 극장이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오페라의 유령이 아름다운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을 짝사랑하며 겪는 일화다. 유령의 노래 중 '밤의 노래'는 자신의 미궁으로 초대한 크리스틴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매력을 호소한다. 전동석 배우의 '밤의 노래'를 듣던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 배우를 향해 휘젓는 손가락이 유난히 길고 하얘 보였다. 마치 지휘하듯 크리스틴의 호흡을 빼앗는다.

유령이 숨 막힐 듯한 고음의 음악적 카타르시스로 크리스틴을 압도하는 장면은 가면으로 얼굴 반쪽을 가린 유령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는 줄거리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치면서 자기가 작곡한 오페라에서 노래해줄 것을 간청하지만 흉측하게 일그러진 유령 얼굴을 본 크리스틴은 경악한다. 제작자이자 작곡가인 웨버가 멜로디를 만들고 찰스 하트 등이 가사를 쓴 '노래해(Sing For Me)'라는 곡에서 유령은 크리스틴을 천사라 부르고 본인을 위해 노래하라며 크리스틴을 윽박지른다. 이때 두려움에 떠는 크리스틴에게 연인 라울은 어릴 적 친구였던 자신을 믿으라며 사랑을 고백한다. 이날 공연에는 라울 역에 송원근 배우가 출연했다.

인터미션 후 2막 초반부에 가면 무도회는 압도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연 중 나오는 220여 벌의 의상 중에서도 가장 화려함이 한꺼번에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앙상블을 포함한 전체 배우의 합을 이루는 가운데 울려퍼지는 '마스커레이드(masquerade)'는 공연의 절정을 이뤘다.

2막 초반의 화려했던 무대가 점점 빛을 잃고 어두워지면 그 뒤로 배를 타고 지하 호수를 통해 미궁을 빠져나가는 크리스틴과 라울을 남겨둔 채 마침내 무대 위 유령의 가면만이 남게 되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오는 13일 국내 누적 1500회 공연에서도 세리머니가 진행될 예정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오는 15일까지 판타스틱 위크 이벤트를 진행하며 배우 8명의 사인이 담긴 마스크를 증정한다.

'오페라의 유령' 서울 공연은 3회 공연을 추가해 11월 19일 종연을 확정했다. 마지막 티켓 오픈일은 10월 12일 오후 2시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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