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뜩이나 우크라전으로 힘든데…세계경제에 새 리스크(종합)
NYT "유럽 등 천연가스 허브 되려는 이스라엘의 목표에 차질"
모로코 마라케시서 열리는 G20 합동 연차총회서 '화두' 부상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20개월간 힘겹게 버텨오던 세계 경제가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라는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인플레이션과 성장 전망에 모두 위험 요소라고 전제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받을 영향이 뚜렷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진단했다.
9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정세 불안정성이 확대할 우려를 키웠다.
이번 전쟁은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희망과 경제적 자신감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특히 물가 상승 억제와 연착륙을 동시에 노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지만, 이 지역에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요 산유국들이 몰려있고 주요 해운 항로인 수에즈만도 인근에 있다.
하지만 전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도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유가 상승에 따라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를 더 올릴 필요성이 커지지만, 경기가 침체하면 반대로 낮춰야 한다.
트리플아이자산운용의 카림 바스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전망에 모두 리스크"라면서 연준에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중 어느 쪽이 더 큰 골칫거리인지 선별해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다만, 글로벌 경제가 받는 영향이 명확해지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쟁의 지속 기간과 확전 여부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석유와 주식시장이 즉각적인 영향을 볼 수 있지만, (본격적인 영향을)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4% 급등했고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금도 강세를 나타냈다.
이스라엘 증시의 벤치마크인 TA-35지수는 8일 6.47% 급락했는데, 최근 3년여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이번 전쟁은 세계 경제 지도자들이 집결하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도 주요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마라케시에서는 오는 15일까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G) 합동 연차총회가 열린다.
또한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 지역에 대한 천연가스 투자를 늦출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이럴 경우 유럽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 허브가 되려는 이스라엘의 목표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이스라엘은 인근 해저에서 2000년 이후 대규모 천연가스 매장지가 발견돼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가 이스라엘 전력 발전량의 약 70%를 담당한다.
현재 미국 거대 에너지 기업인 셰브런이 이 지역 가스 개발에 앞장섰던 노벨에너지를 2020년 인수한 뒤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타마르 가스전은 이번에 하마스의 타깃이 된 이스라엘 남부 도시 아슈켈론에서 불과 24㎞ 떨어져 있다.
2021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위기 때도 이스라엘 정부는 셰브런에 타마르를 일시 폐쇄하도록 한 바 있다.
이스라엘 일자리와 국내총생산(GDP)의 각각 14%와 약 20%를 차지하는 첨단기술 산업이 전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크레셋자산자문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통신에 "비즈니스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한다"며 "전쟁이 확대될 경우 첨단산업 직원들이 예비군으로 소집되는 등 단기 인력 운용상 어려움이 있을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사인 엔비디아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다음주 이스라엘 텔아비브 AI 정상회담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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