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22〉혁신가를 알아보는 렌즈, 시스템
“암호화폐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우스꽝스럽습니다. 개인이 재판을 받는 것이죠.”
암호화폐 산업 규제를 옹호하는 단체인 '혁신을 위한 암호화폐 위원회'(Crypto Council for Innovation)의 최고경영자(CEO)인 쉴라 워렌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일 시작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재판과 세간의 업계를 향한 부정적 반응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바 있다. 6주 간 총 7개의 범죄 혐의에 대한 판결을 다룰 이번 재판을 향한 현지 언론의 반응 또한 이전 그들의 샘 뱅크먼-프리드 개인에 집중한 영웅적 보도와는 상반된, 부정적인 헤드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이번 재판에서 중요한 건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피해 복구를 향한 구체적 내용에 대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유명세를 떨쳤던 FTX 사례에서 업계와 피해자들은 지금처럼 개인의 책임에 멈춰진 관점으로 과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한때 FTX는 암호화폐의 미래였고, 암호화폐는 곧 화폐의 미래로 보도되었다. 또한 대학 장학금을 후원하고, 자선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었던 FTX는 주요 정치 기부자이자 로비스트들과의 관계를 통해 권력자들과 무대를 공유하며 회사의 영속성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FTX의 성장 과정 및 이후의 몰락의 과정까지 취재한 두 명의 작가들이 발표한 최근 책들에서 위에서 언급한 교훈의 단서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일 발매된 Going Infinite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머니볼', '빅 쇼트'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명한 금융 저널리스트로 애플이 미발표된 그의 새 책의 판권료로 500만 달러를 지불했을 정도로 그의 FTX 취재에 대한 세상의 반응과 기대는 구체적이고 뜨거웠다. 그리고 FTX 사태를 다룬 또 하나의 책 Number Go up의 저자이자 블룸버그 탐사 전문 기자인 지크 포크는 그 또한 마이클 루이스와 같이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개인에 대한 관심과 몰입에서 조사를 시작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마이클 루이스는 내용 전반에 걸쳐 FTX가 훌륭한 진짜 사업이라고 주장했던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인 샘 뱅크먼-프리드를 향한 동정적인 태도를 고수한 반면 지크 포크는 FTX가 비즈니스로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면밀히 조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고백을 추가하면서 책 내용의 전개 방향에서 점차 차이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Going infinite는 FTX 창업자 개인의 혁신가로서의 측면에 집중한 이미 대부분 언론에서 다뤄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를 유지한 반면 Number Go up은 더 많은 암호화폐 업계의 괴짜들을 소개하고 스테이블 코인 테더 및 일명 돼지 도살 사기라 불리는 로맨틱 스캠과 암호화폐 사기의 혼종 범죄의 온상인 캄보디아로 떠났던 여행에까지 이르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 FTX를 이해하기 위한 구조를 함께 다루어 낸다.
FTX는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혁신가를 향한 영웅적 서사, 그 중에서도 영웅의 소개와 출발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전체 서사의 완결을 보는 법을 세상은 잊은 측면이 있다. 1949년 조셉 캠벨이 세계 위인전을 분석한 결과, 모든 영웅의 여정의 핵심은 시련과 고난을 통해 어떤 종류의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고 돌아와 현상 유지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었다고 한다. 즉, 영웅의 여정은 도전적인 시스템을 위한 레시피일 뿐, 영웅은 자신이 속한 시스템을 떠나 다른 시스템을 통과한 후 시스템을 변경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가지고 돌아와야만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FTX는 시스템을 변경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조금 더 집중적인 관심과 검증이 있었다면 그 많은 피해자들의 눈물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답하듯 Number Go up의 저자 지크 포크는 그의 동료가 진행하는 블룸버그의 팟캐스트에 게스트로 출연한 샘 뱅크먼-프리드의 암호화폐 수익률 작동 원리 속 망상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상자를 만드는 회사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회사가 이 상자로 삶을 바꿀 수 있다고 과대 광고할 수 있지만, 실제로 상자가 무엇을 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며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흥분을 이용해 회사가 토큰을 발행하여 그 수익을 공유하는 방법을 소개하면, 그 흥분이 쌓이면서 가격이 계속 상승해 무한대로 올라갑니다. 그러면 모두가 돈을 벌게 되죠.”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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