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연령 28세·두꺼운 내수시장 … 인도 스타트업 투자 주목할 때
고급기술 인력 풍부한 인도
매년 10만명 이상씩 배출
조호·프레시워크스·인모비 등
글로벌 시장으로 속속 진출
인도 시장 성공적 투자 위해
현지 문화·관습 이해가 필수
"인도는 이미 전 세계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유한 스타트업 강국입니다. 특히 지난 2년간 중국을 제치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김천수 파라마크벤처스 창립자 겸 대표가 인도 정보기술(IT)·스타트업 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거대한 규모의 내수 시장 △인도 IT 인재의 세계 영향력 확대 △인도 스타트업의 활발한 세계 시장 진출 등으로 요약하며 이같이 말했다.
우선 김 대표는 "인도는 인구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중위 연령 28.7세로 노동가능인구가 절반 이상에 달한다"며 "인구 14억명을 바탕으로 탄탄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인도가 매년 약 10만명 이상의 젊고 우수한 기술 인력을 배출하는 가운데 그 중심엔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국적 IT 기업의 인도계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한 인도공대(IIT)가 있다"면서 "인도는 이미 소프트웨어(SW), IT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적 수출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같은 흐름을 바탕으로 조호(Zoho), 프레시워크스(Freshworks), 인모비(InMobi) 등 인도 스타트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 특성상 글로벌 진출 장벽이 없고 인도 내 고급 IT 인재 풀을 기반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제품과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도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서 인도에 가장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한국 벤처캐피털(VC) 업계의 인도 스타트업에 대한 첫 투자인 '노브로커(NoBroker)'를 리드 투자자로 소싱하며 인도 시장의 이름을 알렸다. 노브로커는 인도판 '직방'으로 불리는 회사이며, 현재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가 2021년 설립한 파라마크벤처스는 현재 인도와 미국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파라마크의 인도 특화 펀드인 '파라마크케이비1호'는 앵커투자자인 네이버를 비롯해 금융·바이오·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이 펀드출자자(LP)로 참여했다.
펀드는 IT 각 분야(카테고리)에서 시장 리더로 성장할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펀드의 70% 이상을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으로 현재 펀드 약정 금액의 50%가 소진됐다. 특히 콘텐츠·이커머스·핀테크·스마트 제조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투자가 이뤄졌다. 펀드가 투자한 인도 스타트업 8곳의 전체 기업 가치는 올해 8월 기준 6조3942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펀드는 주로 시리즈B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는 고성장 중이거나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주요 사업지표(데이터) 기반으로 초기 검증할 수 있는 '스위트스폿(sweet spot)'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도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이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김 대표는 "인도의 거대한 소비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진출 자체만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면서 "사전에 시장 및 문화에 대한 조사와 이해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도에는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존재하기에 현지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현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이미 (인도에) 진출한 회사 중에서도 인도 법률, 규제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면서 "법인과 사업 관련 법률 및 규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엄격히 준수하는 형태로 준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시장 진입과 확장에 필요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사전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79년생인 김 대표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국내 게임회사 넥슨과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쳐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마쳤다. KTB네트워크에 합류해 원티드랩(한국), 그랩(동남아시아), 몰로코(미국), 노브로커(인도) 등에 투자를 집행했다. 2019년 KB인베스트먼트로 스카우트된 그는 해외 투자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투자그룹 신설을 이끌었고, 약 2200억원 규모의 플랫폼 펀드를 조성해 인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2021년 독립해 파라마크벤처스를 설립한 김 대표는 현재 인도와 미국 등에 벤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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