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메카 구축하는 보스턴 … 바이오·로봇·AI 신기술 빨아들인다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0. 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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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MIT서 나온 아이디어
세상밖 나올수있게 사업화 지원
500여개 VC와 스타트업 매칭
정부도 규제없애 인프라 힘보태
미국 보스턴 외곽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랩센트럴. 이곳은 인근 대학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들의 사업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바이오 메카'로 잘 알려진 보스턴이 바이오·인공지능(AI)·로보틱스 등 신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 인재·자본·기술을 빨아들이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며 진격하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지역 내 초일류 대학이 중심이 돼 연구·교육·창업·투자가 모두 이뤄지는 선순환 생태계가 완성된 모습이다.

기자가 최근 찾은 보스턴에서는 AI 기술을 바이오·로봇 등과 접목하는 시도가 한창이었다.

하버드대, MIT가 위치한 케임브리지에 자리 잡은 '랩센트럴'. 이곳은 MIT, 하버드대, 보스턴대(BU) 등 인근 대학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창업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 MIT가 쓰던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공간에서는 바이오, AI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이 대거 입주해 혁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창업부터 사업화까지 종합 지원으로 랩센트럴은 보스턴 지역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입주를 위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 창업투자회사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100개 이상 기업이 신청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매년 랩센트럴에서는 연구 세미나, 사업 개발, 네트워킹, 법률 교육 등 세미나 행사 수백 개가 진행된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낸 '모더나'가 바로 이곳에서 나왔다.

보스턴 지역 초일류 대학 인재가 쏟아내는 연구 아이디어를 현실세계로 가져와 사업화하는 것이 랩센트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돈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스타트업을 연결해주고 창업을 지원한다. 요하네스 프루하우프 랩센트럴 공동설립자 겸 회장은 "좋은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아이디어 개발을 지원하는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랩센트럴을 '실험실이 아닌 커뮤니티'로 정의한 그는 "우리는 소규모 기업가집단이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만나서 만들어내는 힘을 믿고 있다"면서 "위험을 제거하고 제품을 만드는 다양한 단계를 거치며 아이디어를 진전시킨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바이오 창업지원 기관으로 불려온 랩센트럴은 최근 AI 기술 잠재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오토데스크(Autodesk) 이노베이션센터에서 오토데스크 담당자가 로봇 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오토데스크는 보스턴에 이노베이션센터를 열고 스타트업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보스턴 황순민 기자

보스턴의 기술 생태계는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AI·로봇 분야 인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하버드대, MIT가 화수분 역할을 하고 있다. 보스턴에만 500개에 가까운 벤처캐피털(VC)이 있고 랩센트럴과 같은 창업 플랫폼이 활성화돼 생태계가 공고하다. 보스턴에는 AI, 바이오, 블록체인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를 아우르는 스타트업 수천 개가 자리 잡았다.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잘 알려진 보스턴은 최근 AI와 로봇 기술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도요타, 아마존과 같은 기업은 로봇 사업 본진으로 보스턴을 택하고 있다.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10분 남짓 거리인 시포트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매스로보틱스는 대학 실험실에서 개발된 로봇의 사업화를 돕고 있다. 로봇 사업화를 위한 고객 수요 조사나 테스트를 지원하고, 시제품 제작에 들어가면 대기업(제조사)과 연결해준다. 인근 대학 연구진이 속속 창업에 뛰어들면서 2013년 12개에 불과했던 입주 스타트업은 작년 기준 108개로 늘었다. 투자받은 금액만 3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아마존로보틱스, 아이로봇, 미쓰비시, 페덱스 등이 후원한다. 대학 혁신이 스타트업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한 개인이 하버드대 역대 최대인 2억5000만달러를 기부해 만들어진 위스연구소에선 로봇 등 하드웨어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보스턴을 대표하는 창업기관 이노벤처랩스의 크리스 일슬리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보스턴은 과학과 기술로 붐비고 있다"며 "특히 보스턴 창업 생태계의 특징은 '터프테크'에 집중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턴 대학가와 VC 업계에서는 터프테크를 '리스크(위험)가 크고 불가능에 가깝지만,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 분야에 도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세계적 규모의 벤처생태계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정부는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예컨대 창업지원센터에 대한 주정부 재정지원은 큰 수준이 아니지만 민간 투자자금이 원활하게 유입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고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태는 식이다.

[보스턴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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