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게 얽힌 선…결국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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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은 양감의 예술로 일컬어진다.
조각가 전용환(60)의 작품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그가 해온 조각 스타일과 카라라의 재료들도 맞지 않았다.
그런 고민을 갖고 방문했던 독일 쾰른 아트페어는 그의 예술의 길에 변곡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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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조각은 양감의 예술로 일컬어진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재료의 질감과 부피를 느끼게 한다. 조각가 전용환(60)의 작품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그의 작품은 입체적인 회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순환의 과정에서 생성되는 구조의 변주를 시각화한 연작 '트랜스포밍 사이클(Transforming cycle)'은 그의 대표작이다. 마치 물감 뭍은 붓으로 평평한 바닥 위에 선을 팔방에서 그려 놓은 듯하다. 이 선재조형의 알루미늄 선들은 혼란스럽게 얽혀 있지만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면 결국 모두 이어져 있다.
트랜스포밍 사이클의 모티브는 전 작가가 유럽 유학시절 과학잡지에서 우연히 본 단백질 구조다. 단백질 구조 속에서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공기, 사계절 등 온 우주의 순환을 발견했다.
대학에서 석조를 전공했던 그는 이탈리아의 카라라(Carrara)로 유학을 떠났다. 카라라는 세계 최대 대리석 산지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 이곳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 조소과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피렌체의 산로렌초성당에서 마주한 위대한 작품들은 그동안의 작업물을 지워버리게 만들고 싶었다. 그가 해온 조각 스타일과 카라라의 재료들도 맞지 않았다.
그런 고민을 갖고 방문했던 독일 쾰른 아트페어는 그의 예술의 길에 변곡점이 됐다. 이곳에서 전 작가는 강진모 작가를 만났다. 첫 만남에 강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독일 마이엔(Mayen)으로 건너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예술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심했던 전 작가에게 강 작가는 그동안의 작업을 버리고 과감히 독일로 넘어올 것을 권유했다. 전 작가는 이때 오랜 기간 공부해 온 돌 작업을 그만뒀다. 이탈리아와 독일 2500㎞를 오가며 조각을 공부했다.
전 작가는 전쟁 이후 재건 중이던 독일에서 개념미술에 빠져 들었고 우연히 과학잡지에서 마주친 단백질 구조에서 코일형태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의 대표작 트랜스포밍 사이클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더 이상 '재료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닌 '구상을 잘 표현하려면 무슨 재료를 써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의 인생 소재인 알루미늄도 여기서 만났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절곡이 쉽다.
귀국한 전 작가는 천안 성환읍에 작업실을 마련해 정착했다. 환갑을 앞두고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했다.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한 그는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진출할 계획이다.
전용환 작가는 올해 천안시립미술관의 중진작가 기획전에 초대됐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트랜스포밍 사이클 시리즈와 면과 공간으로 음과 양의 순환을 담은 덩어리 작품 '공간-하나로부터'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는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천안이 계속 좋은 전시를 많이 한다면 천안 예술은 발전할 수 있다"며 "천안에는 그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천안시립미술관의 중진작가 기획초대전 '작가문체'는 오는 10월 22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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