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질병부담’ 못 맞춘 보건의료 연구비 배분…“여성질환 연구비 지원 적어”
장애나 사망으로 인한 인적 손실이 큰 건강문제와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자원 배분 사이에 ‘미스매치’(부조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특이질환은 남성특이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비 배분이 적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과 함께 ‘국내 질병부담과 보건의료 R&D 자원 배분’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9년 기준 국내 질병부담 상위 10개 건강 문제는 뇌졸중, 자해, 허혈성 심장질환, 요통·경부통, 당뇨, 기관·기관지·폐암, 낙상, 하기도 호흡기질환, 골관절염, 청력손실·난청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질병부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용하는 ‘DALY’(장애보정생존연도·Disability Adjusted Life Year)를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DALY를 따졌다. ‘1 DALY’는 조기사망이나 상병 및 장애로 인해 잃게 되는 ‘건강한 삶’의 기간이 1년이라는 의미다.
2019년 기준 국내 질병부담 상위 10개 건강문제에 대한 같은 해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 내역을 보면 기관·기관지·폐암(24억7830만원), 당뇨(20억9863만2000원), 뇌졸중(15억7224만9000원), 허혈성 심장질환(11억1050만원), 청력손실·난청(7억8249만원), 골관절염(3억8500만원), 하기도 호흡기질환(1억6000만원), 낙상(1억3250만원), 요통·경부통(1억500만원), 자해(3500만원) 순이었다.
당뇨병과 기관·기관지·폐암은 질병부담 기준 각각 5위, 6위인데 연구비 지원 순으로는 각각 2위와 1위였다. 반면 자해와 요통·경부통은 질병부담이 각각 2위와 4위인데도 연구비 지원은 각각 10위, 9위였다. 2018년 기준으로 살펴봐도 이런 ‘미스매치’가 확인됐다. 질병부담 1위인 뇌졸중은 연구비 순위로는 5위, 질병부담 10위인 간암은 연구비 순위로는 4위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남성특이(지배)적 질환(남성 질병부담 상위 10개 내에 있지만 여성 상위 10개 내에 없는 건강문제), 여성특이(지배)적 질환(여성 질병부담 상위 10위 내에 있지만 남성 상위 10위 내에 없는 건강문제)을 구분해 조사했다. 여성특이질환은 남성특이질환에 비해 연구비가 덜 배분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2019년 여성특이적 질환인 골관절염은 10만명당 DALY가 635.12로 질병부담 상위 10개 질환 평균 DALY(812.04)보다 낮았고, 연구비(3억8500만원)도 평균 연구비 약 8억8600만원보다 5억원가량 적었다. 반면 남성특이적 질환인 기관·기관지·폐암의 10만명당 DALY는 756.09로 평균보다 낮았는데도 연구비는 24억7830만원으로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앞선 10년간(2010~2019년) 국내 질병부담 상위 10개 질환에 오른 남성특이적 질환은 28건, 여성특이적 질환은 18건이었다. 이중 질병부담이 상위 10개 평균보다 낮지만 연구비는 평균보다 높은 질환은 남성특이적 질환이 17건이었고, 여성특이적 질환은 한 건도 없었다.
정 의원은 “보건의료 연구자원이 국민건강 현실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배분되고 있다”며 “보건당국은 질병부담 및 성차의학(건강증진 및 질병에 미치는 남녀간의 차이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적 관점을 고려한 연구비 배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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