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가 사랑한 루앙 대성당 파사드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빛의 화가’ 끌로드 모네 루앙 대성당 파사드 반해 연작 30점 남겨/시각·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대성당 파사드와 공기의 색 담아/1000년을 버틴 루앙 대성당 대화재·백년전쟁·종교전쟁·2차세계대전 견뎌
◆루앙 대성당의 빛을 담다
카미유 피사로, 고갱, 알프레드 시슬레 많은 인상파 화가들이 사랑한 도시. 그래서 프랑스 노르망디 루앙은 ‘지붕 없는 아뜰리에’로 불린다. 많은 화가들은 루앙에서 머물며 센강 위를 떠다니는 돛단배, 좁은 골목길, 고달픈 서민의 삶 등을 작품으로 남겼다. 그중 유명한 모네의 루앙 대성당(
Cathedrale Notre-Dame de Rouen) 연작을 빼놓을 수 없다. 시시각각 빛에 따라 변하는 공기의 색에 몰두했던 모네는 아예 1892∼1893년 루앙에 눌러 앉아 루앙 대성당 파사드의 ‘빛과 시간’을 화폭에 담았다. 하루에도 몇차례나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주는 노르망디는 모네에게 빛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가장 적합했던 것 같다.
특히 거대한 루앙 대성당 벽은 빛의 양과 방향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색감을 보여주기에 작품으로 담을 수 있는 좋은 대상이 됐다. 실제 모네는 아침안개, 정오, 흐린날, 햇빛 강한 날 등의 제목이 붙은 루앙 대성당 연작을 그렸는데 계절, 시각, 날씨에 따라 같은 피사체가 인간의 망막에서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모네는 햇볕이 없는 곳은 파란색과 보라색으로 거칠게 표현하고 햇볕에 노출되는 곳은 노랑, 핑크, 베이지색이 서로 섞이며 녹아 흐르는 것처럼 표현했다.
모네는 대성당 연작을 위해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작업 방식을 선택했다. 보통 밖에서 스케치를 한 뒤 아뜰리에에서 세심하게 마무리했지만 대성당은 그럴 수 없었다. 시간에 따라 색감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캔버스에 담아야했다. 빛을 선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팔레트에서 색을 조합하지 않고 여러 순색을 바로 칠해 캔버스에서 조합을 구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대성당 연작은 사물은 또렷하지 않지만 선명한 빛의 색감이 잘 구현됐다. 역시 ‘빛을 그린’ 작가답다. 루앙 대성당 연작은 모두 30점이며 모네는 주로 파사드를 그렸다. 대성당 맞은편 과거 루앙 재무청으로 사용된 건물 2층이 그의 작업실이다. 연작은 여러 미술관에 나뉘어 소장되고 있으며 모네의 작업실이 있던 이 건물은 현재 루앙 관광안내사무소로 쓰인다. 이곳에 모네의 연작 한점이 걸려 있으며 루앙 관광청의 허가를 받고 들어가 볼 수 있다.
◆수차례 고난을 이겨낸 대성당의 위엄
루앙은 하루정도 머무는 여유가 필요하다. 파리에서 당일치기도 가능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루앙 대성당을 찾는다면 모네의 시선으로 루앙 대성당의 다양한 색감을 즐길 수 있어서다. 잔 다르크 교회가 있는 비유 막세 광장에서 대시계 거리를 따라 직직하면 10분이면 닿는 루앙 대성당은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151m 첨탑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특히 건물 외벽에 정교하게 조각된 수많은 작품들은 경이로울 따름이다. 모네가 대성당에 반한 이유가 쉽게 짐작된다.
오래된 것은 건물이던 물건이던 진한 감동을 준다. 인간의 삶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루앙 대성당이 그렇다. 1145년 축조가 시작돼 16세기 완공된 루앙 대성당은 두 차례의 대화재, 백년전쟁, 종교전쟁을 견뎠고 2차 세계대전때는 포탄이 무려 7발이 투하됐지만 살아남았다. 1000년이 넘은 세월을 한자리에서 꿋꿋하게 버틴 대성당은 여행자들에게 경외감마저 준다.
루앙 대성당은 여러차례 첨가되고 보수되면서 다양한 고딕 건축 양식이 혼합된 특이한 건축물이다. 보통 정면 파사드를 중심으로 좌우 탑이 대칭을 이루지만 루앙 대성당은 비대칭이다. 나중에 지은 오른쪽 탑은 끝이 평면인 버터 타워, 왼쪽은 끝이 뾰족한 첨탑인 로만타워로 불린다. 버터 상인들에게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탑을 지어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종탑에는 프랑스에 가장 무거운 10t짜리 잔 다르크종이 달려있고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장면을 담은 로즈 윈도우와 예수의 고난을 묘사한 15세기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하다.
노르망디 첫 공작인 롤롱(Rollon) 공작의 묘비와 잉글랜드 왕이자 노르망디 공작으로 유명한 사자왕 리차드 1세의 심장이 성당에 안치돼 있다. 이유가 있다. ‘노르망디(Normandie)’는 북쪽에서 온 사람, 바이킹족을 말한다. 프랑스 북부 연안에서 바이킹들의 약탈이 거세지자 911년 서 프랑크 왕국 샤를 3세가 약탈을 멈추는 조건으로 당시 바이킹 수장이던 롤롱을 노르망디 공작으로 세우고 땅을 내어주면서 노르망디 역사가 시작됐다. 전설적인 십자군의 영웅으로 중세시대 무용담의 단골손님인 리차드 1세는 프랑스 서부 앙주지역을 통치하던 귀족 가문 출신으로 재위 기간동안 거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머물렀다. 춥고 비가 너무 많이 오는 잉글랜드 땅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가 왕위를 찬탈하려던 동생 존을 무릎 꿇린 곳이 노르망디. 1199년 4월 반란진압중 화살을 맞고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리처드 1세 머리는 쁘아뚜의 샤루 수도원, 심장은 루앙 대성당, 나머지 유해는 앙주의 퐁테브로 수도원에 묻혔다.
여름밤 루앙 대성당은 파사드를 캔버스 삼아 펼쳐지는 ‘빛의 대성당’ 레이저 쇼가 펼쳐진다. 공연 내용은 당연히 루앙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 잔 다르크와 모네 등 인상주의 작품이다. 루앙 미술관(Musee des Beaux-Arts)엔 모네의 대성당 연작중 가장 큰 흐린 날의 루앙 대성당을 만난다. 모네뿐 아니라 루벤스, 모딜리아니, 피사로, 르누아르 등 15∼20세기 작품 8000여점 전시되고 있어 미술을 좋아한다면 놓칠 수 없다. ‘루앙 파노라마’로 불리는 루앙 전망대도 올라가 보길. 루앙 대성당에서 걸어서 30분 거리로 센강이 굽이치며 흐르는 루앙 시내 풍경을 한 눈에 즐길 수 있다. 모네는 이곳에서도 대성당이 담긴 루앙의 풍경을 담아냈다. 해질 무렵 언덕을 오르면 아름다운 노을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루앙(프랑스)=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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