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하는 합리적 이유’ 묻는 대학 과제
오염수 방류 찬성 이유 쓰게해 ‘논란’
교수 “찬반 여부는 평가 기준 아니고
한쪽 입장 글쓰기 주관식 문제서 흔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는 이유’
서울 소재 한 대학에 다니는 A씨는 지난달 교양 수업 중 이같은 제목의 과제를 공지받고 당황했다.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을 다루는 수업이었다.
A씨가 9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물은 A4용지 1쪽 분량으로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를 태평양에 방류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이유를 2가지 이상 쓰고, 그 이유를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라’는 내용이었다. 과제 공지 하단부에는 빨간 글씨로 ‘여러분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결론에 대해선 평가하지 않겠다’고 적혀 있었다.
과제를 받은 A씨는 “찬반도 아니고, 일방적 입장에서 글을 쓰라고 하니 무척 당황스러웠다”면서 “일본 입장에서 방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내가 왜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질문에서 ‘방류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이유를 쓰라’고 하고선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결론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것이 굉장히 모순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A씨는 “(해당 수업을 담당한) B 교수가 오염수 관련 수업 때 ‘처리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람들이 오염수 방류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을 비합리적인 ‘문송이’들의 불안감으로 치부하는 듯해 의아했다”고 했다. ‘문송’은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의 자조적 표현이다.
B 교수는 학생이 수업 취지와 과제 공지를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찬반 여부는 평가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수업 도중 설명했으며, 과제 공지에도 빨간색으로 강조해 표시했다는 것이다.
B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찬반 등 결론에 대해선 채점을 하지 않는다’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떤 논리적 근거로 찬성 또는 반대하는지 서술하라는 것이 과제”라며 “학생들에게 과학적 사고방식의 가치 외의 이념적 혹은 정치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만약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한쪽 입장에서 글을 써보라고 요구했더라도 이는 주관식 문제에서 흔히 있는 이야기”라며 “뜨거운 현안이라고 해서 꼭 찬반을 논하라는 문제만 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B교수는 수업 시간에 ‘문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선 “잘못된 교육제도로 인해서 문과 학생들이 ‘문송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는데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면 합리적으로 논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사용한 것”이라며 “(문송이라서 오염수 괴담에 휩쓸린다고 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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