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콜록콜록"…전례없는 독감 장기유행 의료대란 불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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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인플루엔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독감 유행은 소아를 포함한 초·중·고교 학생(7세∼18세)이 주도한다.
특히 초등학생 독감 환자는 유행기준(1000명당 6.5명)의 8배 이상을 기록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다.
아직 독감의 유행 규모나 중증화 수준을 단정 짓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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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인플루엔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초·중·고교생을 중심으로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면역력 감소로 1년 이상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지속된 전례 없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와 실내 활동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방역 빗장'을 푼 원년인 만큼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독감 백신 접종과 방역 수칙 안내 등 대국민 소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9월 4주차(9월 24∼30일)에 38도 이상 고열과 기침, 인후통 등을 호소하는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20.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00명당 4.9명)과 비교해 4.2배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1000명당 3.8명)보다도 5.4배 많다. 가을이지만 이미 평년 겨울 수준으로 독감이 기승을 부린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22년과 2019년 12월 2주차 독감 의심 환자는 각각 1000명당 17.3명, 19.5명으로 올해 9월 말보다 적었다.
올해 독감 유행은 소아를 포함한 초·중·고교 학생(7세∼18세)이 주도한다. 연령대별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7∼12세 53.8명, 13∼18세 31.8명, 1∼6세 22.9명으로 모두 평균치를 웃돈다. 특히 초등학생 독감 환자는 유행기준(1000명당 6.5명)의 8배 이상을 기록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다.
학령기 소아·청소년의 독감 유행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요즘 아이들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사실상 강제적인 마스크 착용 등 강화된 방역 정책에 따라 미생물에 노출될 기회가 적었다.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진 '면역 빚'(Immune Debt) 영향으로 감염병에 취약하다. 여기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감염병이 확산하기 쉬운 '3밀 환경'(밀접·밀집·밀폐)이 조성돼 감염병 확산을 부채질했다. 면역력이 약해진 집단이 교실·학원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한 명만 감기·독감에 걸려도 바이러스가 전체로 퍼지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연출된다.
아직 독감의 유행 규모나 중증화 수준을 단정 짓긴 어렵다. 1년 이상 독감 유행이 지속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개인위생과 면역 수준, 실내 생활시간, 백신 접종률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유행 속도가 너무 빨라 아직 예방접종을 하지 못했거나, 맞았어도 아직 독감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소아·청소년이 적지 않아 의료계의 불안감이 상당하다. 항체는 백신을 맞고 2주 정도 지나 생성되는데 올해 1회 접종 어린이(생후 6개월~13세 미만)를 대상으로 한 무료 예방 접종사업은 지난 5일 시작해 아직 일주일이 채 안 됐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독감과 함께 코로나19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할 경우 '의료 대란'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흔치는 않지만 독감과 코로나19에 동시에 걸릴 경우 면역력이 약한 소아·청소년이나 고령층 등 고위험군은 폐렴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악화할 위험이 훨씬 높다"며 "사실 독감 그 자체만으로 코로나19처럼 고위험군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독감과 코로나19를 '동급'으로 관리한다고 한 만큼 독감도 감염 시 생활 수칙이나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중요성을 알리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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