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도시문제 해법 찾는 서울 서초 주민들[현장에서]
서초 AIoT 스마트시티 메이커톤’에서 지역 문제 해법 선보여
담배를 피우는 듯한 동작을 하자 여자아이 캐릭터의 눈동자가 성난 표정으로 바뀌었다. “여기는 금연구역입니다.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손을 휘저으며 경고를 했다.
서울 서초구 주민인 김도혁씨는 담배 냄새를 유독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흡연 경고가 잘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개발자인 김씨는 구글 인공지능(AI)을 프레임워크인 미디어파이프로 입술과 손가락 관절 동작을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이 프로그램은 흡연자의 행동을 뼈대로 해 3m 이내에서 이 행동을 인식하게 했다. 센서와 경고등, 셋톱박스 등 총 18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설계를 구현했다고 한다.
김씨는 “흡연이 잦은 구역에 경고 장치가 이미 설치됐지만 사람이 보고 있는 듯한 허수아비 효과가 가장 유용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지난달 26일 우면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서초 AIoT 스마트시티 메이커톤’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만든다’는 의미인 영어 단어(making)와 마라톤(marathon)을 합친 ‘메이커톤’은 참가자들이 지역 내 문제 해결을 위한 시제품을 만드는 대회다. 서초구는 도시 문제를 해결할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기술을 지난 7월 공모해 주민과 대학생 등 10개팀을 선정했다. 이들은 두 달간 서울과기대·숭실대 교수진 등의 조언을 받아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완성했다.
한재경 서초구 스마트도시기획팀장은 “일반 주민과 전공 대학생 등 참여자별 수준에 맞춰 정책과 기술을 접목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실현 가능한 기술 교육을 통해 지역 문제를 주민 등과 같이 고민하고 정책에 활용할 기술을 발굴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폭우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빗물 수위와 포트홀 감지 등을 레이더와 센서 등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시스템이 가장 많이 출품됐다. 특히 인명사고가 발생한 맨홀 뚜껑 밑에 위치정보시스템(GPS)과 수압 감지 센서를 달아 뚜껑의 위칫값 변화로 기울어짐을 인식해 사고를 예방하는 경보시스템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숭실대 재학생인 김예린·변진영·이은혜씨는 이 같은 맨홀 이상이 감지되면 블루투스로 인근 도로에 부착된 LED 불을 켜 보행자에게 알리도록 구상했다. 저전력 장거리 통신(LoRa)도 접목해 수집 데이터는 전송제어 프로토콜(TCP/IP) 패킷으로 관제실에 보내 위치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변씨는 “흙탕물 속에서도 잘 보이는 조명과 전력 공급이 어려운 맨홀 위치를 고려해 태양광 패널 부착 등에도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안 문제 등으로 길거리에서 사라진 쓰레기통을 대신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자율주행 로봇도 시제품으로 나왔다. AI 빅데이터로 유동인구를 파악해 인파가 많은 쪽으로 더 많은 로봇이 움직이고, 초음파 센서로 쓰레기 적재 정도를 구분해 가득 차면 알아서 처리장소로 이동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또 민원 대응 챗봇에 생성형 AI 챗봇 기술을 적용한 주민 아이디어도 장려상에 뽑혔다. 서초구 정보를 활용해 언어 모델을 기계학습한 AI가 일상 전반에 관련한 정보를 요구에 맞게 바로 답변하는 기술이다.
이번 시제품들은 각 부서 검토를 거쳐 구정에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도시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서초구의 미래 정책을 그리는 기회가 됐다”며 “앞으로 안전과 교통은 물론 환경과 복지 등 생활 전반에 스마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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