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우승' 말한 클린스만, 탈락하면 日과 평가전 못한게 '좋은 핑계'될까[초점]

김성수 기자 2023. 10. 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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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일본 A대표팀과 여러 차례 맞대결을 할 수 있길 희망했다.

아시안컵까지 약 3개월 남았기에 대회 전 맞대결은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 상황. 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지금까지 줄곧 '아시안컵 우승'을 다짐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목표 달성 실패 시 일본을 '핑계'이자 '보험'으로 활용할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는 9일 오전 10시 클린스만 감독의 10월 A매치 선수 소집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일, 10월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축구대표팀 친선경기 홈 2연전에 나설 남자 A대표팀 24명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 9월 A대표팀 명단 발표도 보도자료로 대신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또 다시 기자회견도 없이 A대표팀 명단을 발표했고,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흥민, 이강인을 포함한 대표팀은 9일 오후 2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된다. 오현규, 황의조, 황희찬은 9일 오후 늦게, 조규성, 김민재, 박용우, 황인범은 10일 합류한다. 한국은 13일 튀니지(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17일 베트남(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이번 10월 A매치는 내년 1월 열릴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한국은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고 불리면서도 1960년 2회 대회 이후로 아시안컵 우승을 하지 못해 목이 마른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지난 2월에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해 3월 한국에 입국할 때부터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뚜렷하게 밝혔다. 심지어 지난 9월 A매치에서 웨일스와 비겨 대표팀 전임 감독 역사상 부임 후 가장 긴 5경기 무승(3무2패)에 빠졌을 때도 "한국 축구 팬들이 클린스만호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내년 1월 열릴 아시안컵이다. 내게 있어 아시안컵에서의 성공은 우승"이라고 답했다.

한국 입장에서 아시안컵 최대 적수는 역시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6월 엘살바도르전 6-0, 페루전 4-1 승리에 이어 9월 독일 원정 4-1, 튀르키예전 4-2 승리로 A매치 4연승을 달렸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확실히 기세를 끌어올렸다.

일본의 기세는 독일 대표팀 주장 일카이 귄도안까지 "일본팀이 더 나았다"고 인정하는 인터뷰를 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10월 A매치 두 경기에서 선발을 10명이나 다르게 내고도 독일과 튀르키예를 완파했다. 아시안컵과 같이 경기 간격이 촘촘한 단기전에서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도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음을 증명했다.

ⓒAFPBBNews = News1

9월 A매치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대표팀 감독 부임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둔 클린스만도 일본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 관계는 내가 미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미국과 멕시코를 보는 듯하다. 당시 멕시코가 미국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맞대결을 통해 미국을 동등한 경쟁자로 생각했다"며 "강한 상대와의 단두대 매치는 양 팀의 실력 차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본과 1년에 2~3번 붙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최강 전력으로 맞붙으려면 A매치 또는 월드컵, 아시안컵 등 높은 수준의 국제대회에서 만나야 한다. 하지만 A매치 친선경기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맞대결을 성사시킬 수 있다. 해외파를 거의 소집하지 않아 최고 전력이 될 수 없는 동아시안컵을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의 마지막 A매치 맞대결은 2021년 3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한국이 일본에 0-3으로 패한 경기다. 그전 A매치 맞대결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11년 8월에 있었다.

클린스만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10월 A매치 상대인 튀니지와 베트남을 언급하며 "A매치에서 항상 원하는 상대와 겨룰 수 없지만 다양한 팀을 상대로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등 A매치 맞대결 성사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결국 클린스만 부임 후 일본과의 맞대결이 가장 먼저 이뤄질 수 있는 시기는 내년 1월 아시안컵이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만나더라도 패배 시 바로 짐을 싸야하는 토너먼트에서야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클린스만이 말한 멕시코-미국의 경우처럼 여러 번 맞붙어서 실력 차를 좁힐 수 있는 여유는 없다.

그런데 이날 클린스만 말한 멕시코-미국 사례는 그의 '라이벌 극복법'인 동시에 한일전 패배 시 '좋은 핑계'도 될 수도 있다. 미국 체류 기간 장기화 등 지금까지 있었던 자신의 논란에도 '업무 스타일'이라며 둘러댄 달변가 클린스만이기에 '일본과 직접 부딪치며 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핑계를 대지 말라는 법도 없다.

ⓒKFA

클린스만은 대표팀 부임 후 약 7개월간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으며 '아시안컵에서의 성공은 오직 우승'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시아 제패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회 3개월을 앞두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본과의 잦은 맞대결' 필요성을 언급해, 핑계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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