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호롱 1만2천원·닭꼬치 7천원, 텅빈 음식부스…남도음식문화큰잔치, 국제행사 맞나?

2023. 10. 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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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음식행사에 파키스탄만 참여…음식값만 비싸고 졸속 운영 '비판'

[문경화 기자(=여수)(988810@hanmail.net)]
"국제행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마을 축제보다 못하네요."

지난 6일 오후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개최되고 있는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

올해 첫 국제행사로 확대 개최된 '제29회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전남 대표 관광지 여수에서 8일까지 개최됐다.

연휴를 맞아 방문한 첫 날, 행사장 입구 축제를 알리는 조형물에는 음식 메뉴를 알리는 스티커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 국제행사 맞나 하는 의구심이 일었다.

▲제29회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장 입구 조형물에는 음식스티커가 곳곳에 떨어져 있다. ⓒ프레시안(문경화)

응급의료부스와 홍보부스를 지나 축제평가부스에서는 행사 관계자들이 선물 공세를 하며 축제 평가부터 하라고 권했다.

평가항목을 보니 3일간 개최되는 행사 중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행사에 대한 평가항목에 들어가 있어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었다.

음식판매부스에 이르니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각 시군의 대표음식을 구입해 먹는 모습이 보였다.

광양에서 온 관람객 A씨는 "딸이 먹고 싶다고 해서 낙지호롱 두 개를 구입했는데 한 개 가격이 1만 2000원이라 너무 부담스럽다"며 "요즘 낙지가 비싸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고 먹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에서 고향을 찾은 B씨는 "수제 닭꼬치 한 개를 7000원에 구입했는데 비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 많아 나름 만족한다"고 말했다.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 판매부스의 낙지호롱과 닭꼬치의 비싼 가격 ⓒ프레시안(문경화)

판매부스 상인들은 "원재료 물가 인상으로 어쩔 수 없는 가격이지만 최고의 식재료를 썼기에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음식 판매부스 오른켠에는 세계 음식을 판매하는 부스에 페루, 인도, 파키스탄 3개국이 참여했다.

하지만 3개국 중 2개 국가는 음식을 판매하지 않고 파키스탄만 실크로드 푸드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국제 음식행사라고 하기에는 참여국이 저조해 준비가 부실다는 느낌이었다.

음식판매부스를 지나 참여형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부스로 가보니 오후 5시 인데도, 대부분의 체험 부스가 문을 닫고 있거나 폐점하듯 비어 있었다.

참여형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는 전남도의 자랑하고는 차이가 많았다.

체험프로그램의 대다수가 1일 4회 운영을 하고 있었으며, 1회당 체험객은 15명으로 제한을 뒀다.

따라서 체험을 할 수 있는 관람객은 프로그램당 최대 60명에 불과한 수준인데다 체험 프로그램부스도 몇 되지 않았다.

▲오후5시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 체험부스에는 조기운영으로 인한 폐점과 60명의 인원만이 체험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프레시안(문경화)

축하공연을 기다리던 관람객 김씨는"오후 7시 가수공연시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프로그램 체험을 하려 했는데 오후 4시 30분으로 마감해 버렸다"며 "친구들과 한켠에서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체험 프로그램 부스를 지나니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는 축하공연을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관람객이 축하공연을 즐기기에 공연장은 1000여 명이 살짝 넘는 좌석수로 협소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다.

▲축하공연장 안에는 가수들의 팬클럽이 지정좌석을 거의 차지하고 입장권이 없는 시민들은 입장을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문경화)

공연장 입장을 하지 못하고 스탠딩을 하는 한 여수시민은 "연세드신 부모님을 축제 구경시켜 드리러 왔는데 공연장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철문에 막혀 이렇게 동물원 원숭이처럼 밖에 앉아 있다"며 "모두가 즐기는 축제에 경호원들이 입구컷으로 제재하는 이런 행사는 처음본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경호원들과 말다툼을 하다 포기한 한 관람객은 "위메프 사전예약 티켓을 보여달라는데 나처럼 컴퓨터도 잘 못하는 사람은 공연도 볼 수가 없단 말이냐"며 "현장에서 발권을 할 수 있게 시스템이 이뤄져야 하는데 가수들 팬클럽만 특혜받아 입장하는 느낌이다"고 성토했다.

전남도는 지난달 26일과 27일 위메프를 통해 사전예약을 진행했고 좌석수는 1230좌석으로 선착순 지정석으로 진행했다.

소식을 접하지 못한 여수시민들은 뒤늦게 예매를 시도했지만 예매테스트 도중 잠시 상품페이지가 노출되어 잠깐 판매가 진행됐으나 금일 예매한 티켓은 일괄 취소한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일괄 취소 통보 배너 ⓒ남도음식문화큰잔치 홈페이지

조기신청 마감은 축하공연 뿐만이 아니었다.

13명의 남도음식명인이 직접 만든 남도명품한상은 온라인 사전 신청이 조기 마감돼 남도음식명인이 정성껏 준비한 명품한상을 직접 맛본 참가자는 몇 되지 않았다.

또한 오세득 셰프가 진행한 파인다이닝(고급 식당)은 오후 12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운영돼 가족단위 10개 팀을 온라인으로 사전 신청을 받았으나 오픈과 동시에 조기 완판돼 체험형 관람객이 몇 명 되지 않았다.

오후 8시가 넘어 다시 음식판매부스로 되돌아 나오는데 식당가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있었다. 행사장 내 천정에 조명시설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 어두워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올해 첫 국제행사로 확대된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그 격에 맞게 여러모로 변신을 꾀했다는 전남도의 입장은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국제행사로서의 품격이 저하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6일 오후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남도의 맛! 세계를 잇다!를 주제로 열린 '제29회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 개막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전남도

전남도는 이번 '제29회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 8일까지 3일간 25만여 국내외 관람객이 찾았다고 밝혔다.

더욱이 인접 순천시에서 8일까지 열린 푸드아트페스티벌 관람객 수가 20만명을 기록해 이번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국제행사 치고는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고 볼 수도 없다.

축제가 인근 도시의 축제들과 맞물려 개최되면서 심혈을 기울인 축제가 오히려 관람객 분산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제기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제남도음식문화축제가 글로벌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근 도시와의 콜라보를 통해 남도의 음식의 맛, 미 그리고 색을 알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역의 한 축제 전문가는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바가지 음식 값, 졸속 전시행정 등으로 마을 축제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규모와 내용 면에서 모두 국제 행사 격에 맞게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남도음식의 위상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평가했다.

[문경화 기자(=여수)(9888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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