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의류의 ‘기술 도핑’은 양날의 검이다[박광규의 알쓸패잡]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늘 그러하듯이 이번 항저우 스포츠 현장에서도 선수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그 치열한 경쟁도 볼거리였지만,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운동복과 장비도 또 다른 흥밋거리였다. ‘우리는 모두 평등한 경기장에서 경쟁한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스포츠 무대에서 평등한 것은 선수의 노력과 기술뿐이고, 그들이 입는 의류나 사용하는 장비는 그렇지가 않다. 이제는 의류도 ‘도핑’으로 불릴 만큼의 역할을 한다.
1999년 국제대회에서 허용된 전신수영복은 수영계에 혁명을 가져왔다. 상어의 피부처럼 표면을 처리해 물과의 마찰저항을 줄이고 부력을 증가시킨 이 수영복은 선수들에게 세계신기록 등 놀라운 성능 향상을 가져다주었다. 이로 인해 수영 실력이 아니라 ‘수영복 대결’이라는 논란을 불러왔고, ‘기술 도핑’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켰다. 결국 국제수영연맹은 2010년에 전신수영복을 퇴출시켰다.
기술 도핑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운동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을 지칭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핑과는 달리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장비나 의류를 사용해 경기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실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의 빙상 선수들은 기술이 접목된 경기복을 입고 경쟁했다. 또한 미국의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대표팀은 특수 소재로 제작된 썰매를 타며 경쟁의 우위를 지켰다.
그렇다면 이는 정당한 일인가, 아니면 스포츠의 정신을 훼손시키는 것인가?
그 논란의 중심에 나이키가 특별 제작한 러닝화도 있다. 2019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는 2시간대 벽을 허무는 기록을 세웠다. 이때 그가 신은 러닝화는 탄소섬유판이 삽입돼 선수에게 스프링 같은 효과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 뒤에는 많은 논란이 숨어 있다. 첨단 운동화를 신고 뛰었을 때 기록 향상의 효과가 있음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세계육상연맹도 이러한 기술 도핑 논란에 대응해 특정 선수를 위해 특수 제작한 운동화의 사용을 제한했다. 운동화의 밑창 두께나 탄소섬유판의 사용을 규제하는 등 기술 도핑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기술 도핑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는 기술의 발전을 스포츠에 반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주장하고, 다른 일부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반한다고 반발한다. 결국 기술 도핑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츠의 규칙은 항상 변화하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이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과 그 한계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은 맞지만, 스포츠 무대에서는 선수의 노력과 기술을 무시하거나 불공정하게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포츠는 그 자체로서의 능력과 기술의 조화를 통해 더 높은 경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기술 도핑이 가져다주는 성능 향상은 인정할 만하지만, 그 경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발전해야 한다. 현대는 스포츠와 패션 그리고 기술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박광규는 누구?
이랜드그룹과 F&F에서 근무한 데 이어 EXR 중국의 임원을 거쳐 NEXO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패션스마트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산업에 30년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지원, 청년 인큐베이팅, 패션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Gerson Lehrman Group의 패션 부문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패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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