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깎고 부풀리고…배달대행사 ‘세금 사기’에 돈 떼이는 라이더들[국감 2023]

조해람 기자 2023. 10. 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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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소득 왜곡·허위신고하는 대행사들
라이더 4명 중 1명 ‘꼼수 신고’에 돈 떼여
“명백한 탈세”…플랫폼노동 그늘 지적도
한 배달 노동자가 잠시 멈춰 서서 종이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배달라이더 4명 중 1명 이상은 배달대행업체의 ‘거짓 소득신고’ 때문에 부당하게 세금을 떼어먹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행업체들은 매달 소득신고 시 배달라이더의 소득을 축소 신고해 원천징수액 일부 또는 전부를 가로채거나, 소득을 부풀려 신고해 업체가 부담해야 할 세금을 떠넘겼다. 조세·노동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시행한 ‘2023년 일반대행 라이더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배달라이더 27.5%가 ‘대행업체로부터 소득 축소·부풀리기 신고를 당했다’고 답했다. 조사는 8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배달라이더 5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먼저 ‘소득 축소 신고’ 피해가 18.8%로 가장 많았다. 대행업체가 ‘소득세를 대신 내주겠다’며 배달라이더의 급여에서 소득세 3.3%를 원천징수하고, 국세청에 배달라이더의 소득세를 신고·납부하지 않거나 축소 신고한 경우다. 대행업체가 배달라이더에게 원천징수한 3.3%의 소득세 일부 또는 전부를 떼어먹는 수법이다. 만약 대행업체가 배달라이더의 소득을 아예 신고하지 않았다면 배달라이더는 추후 종합소득세 정산 때 3.3%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

‘소득 부풀리기 신고’ 피해는 8.7%였다. 대행업체가 배달라이더의 소득을 신고하면서 ‘업체의 소득’ 일부를 ‘배달라이더의 소득’으로 신고하는 경우다. 업체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라이더들의 몫이다. 한 라이더는 라이더유니온에 “실제 소득은 연 1000만원도 되지 않았는데, 3000만원으로 신고돼 근로장려금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했다.

한 배달라이더의 대행사 프로그램 화면. ‘허브설정 예치금’으로 설정된 3000원이 대행업체가 ‘기장료’ 명목으로 매일 공제하는 금액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제공.

라이더유니온은 업체들이 소득신고를 할 수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이 같은 ‘소득 부풀리기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소득신고를 하지 못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배달라이더의 수익은 대행업체의 소득으로 집계되는데, 이에 따른 소득세 부담을 국내 배달라이더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대행업체들이 배달라이더의 소득신고를 세무사에게 맡기면서 하루 3000원 또는 월 9만원의 ‘기장료(세무사에게 내는 일종의 수수료)’를 라이더에게 전가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단순경비율이 적용되는 연소득 3600만원까지 소득신고 기장료 시세는 인당 월 3만~5만원 정도인데 이를 내지 않으면서 배달라이더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소득 거짓 신고’ 피해 경험 비율을 지역별로 보면 ‘부산·경남’이 48.6%로 가장 높았다. ‘대구·경북’이 35.7%, ‘전북’과 ‘강원’이 각각 33.3%, ‘서울’이 27.2% 등이었다. 설문 응답자가 1명이었던 제주를 제외하면 전 지역에서 ‘소득 왜곡 신고’ 꼼수 사례가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5월10일 국회 앞에서 열린 ‘2023 라이더 대행진’에서 라이더자격제와 알고리즘 협상권 보장 등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성동훈 기자

플랫폼노동 고용구조의 빈틈을 파고든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배달라이더들은 사실상 사업장에 종속적인 ‘노동자’인데 법적으로는 동등한 개인사업자 신분”이라며 “노동자로서 부당행위를 신고하는 것보다 사업자로서 부당함을 신고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입증도 엄격해서, 의심되거나 부당한 일이 있어도 잘 대응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일도 많다”고 했다.

구 지부장은 “사업주들도 어차피 문제제기가 어려우니까 마음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대행업체들이 ‘꼼수 신고’로 배달노동자들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데, 의무적으로 달마다 소득신고를 하고 있는 만큼 당국이 감독을 강화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장 의원은 “축소 신고와 떠넘기기 신고 모두 탈세에 해당한다”며 “국세청이 의지가 있다면 종소세 신고와 고용보험 신고 내역 비교 등을 통해 허위신고를 찾아낼 수 있다. 꼼수 신고 실태를 조사하고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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