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욕받이' 강백호-백승호 동반 金, 트라우마 완벽히 털어내다 [항저우 AG]

안호근 기자 2023. 10. 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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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야구 대표팀 강백호(왼쪽)와 축구 대표팀 백승호. /사진=뉴스1
완벽한 해피 엔딩이었다. 베테랑으로서 각자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야 했던 강백호(24·KT 위즈)와 백승호(26·전북 현대)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 여론에 시달렸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대회였기에 '국민 욕받이' 신세가 됐다. 그렇기에 야구와 축구의 우승을 이끈 이들에겐 더욱 완벽한 마무리였다.

8일 폐회식을 끝으로 16일간 펼쳐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7일은 유독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인기 프로스포츠인 야구와 축구의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야구와 축구는 결승에서 각각 대만을 2-0, 일본을 2-1로 제압했다. 야구는 대회 4연패, 축구는 3연패로 화룡점정했다. 둘은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결과로 모두 뒤바꿔냈다.

대만과 1라운드 경기 때 삼진을 당하고 있는 강백호(오른쪽).
마음고생이 유독 심했던 강백호다.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데뷔하며 신인상을 차지했고 뛰어난 커리어를 쌓아가던 그였으나 태극마크만 달았다 하면 도마에 올랐다.

2020 도쿄 올림픽에 나선 대표팀은 노메달에 그치며 아쉬움을 자아냈는데 강백호가 팀이 끌려가던 상황에서 껌을 씹는 장면이 포착되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여기까진 다소 지나친 공격을 받는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으나 올 3월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전에서 보인 '황당 세리머니 주루사'가 치명타였다. 한국은 호주에 발목을 잡혔고 이는 대회 1라운드 탈락으로 이어졌다. 후폭풍이 거셌다.

심지어 소속팀에 복귀해서도 안일한 플레이가 실점으로 이어지며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특별한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나 강백호는 2군에서 40일 이상을 보내야 했다.

1군 복귀 후 10경기에서 타율 0.357로 감각을 조율했으나 이번 아시안게임 1라운드에서 10타수 무안타에 허덕이자 비판의 화살이 다시 그를 향했다. 중심 타선에 배치됐지만 침묵했고 대만전 패배로 대표팀이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가시밭길을 걸었던 터였다.

약체 태국전과 일본과 슈퍼라운드 1경기에서 안타 하나씩을 날렸지만 여전히 타격감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프리킥에서 백승호(가운데)의 머리에 맞은 공이 실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즈벡과 4강전에서 프리킥을 내주는 백승호(오른쪽).
백승호 또한 마찬가지였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주장까지 맡은 백승호는 대표팀이 치른 전 경기에 출전했다. 철저한 로테이션을 가동한 황선홍호이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따금 집중력 부족으로 인한 실수가 보였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키르기스스탄과 16강전에서 최후방으로 내려와 빌드업하는 과정에서 볼 터치 실수로 황당하게 공을 빼앗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중국과 8강전에서도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미스를 했다. 상대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게 천만다행이었다.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에선 위험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내줬고 이를 막으려던 과정에서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이 굴절돼 골망을 흔들기까지 했다.

다소 억울하기도 했다.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그런 상황이 왔다.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이런 상황이 자꾸 나오는데 말씀드릴 게 없다"면서도 "많은 기자분들이 경기 전부터 저 혼자 뛰는 것처럼 '백승호만 잘하면 결승에 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기사가) 많이 올라오는데 어떤 마음으로 올리시는 건지도 궁금하고 또 도대체 어떻게 해야 만족을 할지도 궁금하다. 말씀드리고 싶은 건 좀 믿고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강백호(오른쪽)가 우승이 확정되자 노시환과 함께 포옹하고 있다.
이 같은 반전 드라마가 있을까. 이들은 결국 가장 짜릿한 결말을 맞이했다. 강백호는 결승 진출이 달린 중국과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맹활약하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경기 후 "국제대회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 항상 부담감을 안고 있다. 국제대회는 항상 한 경기 한 경기가 되게 어려웠던 것 같다"며 "정말 중요한 경기가 남았고, 그 경기에서 잘하든 못하든 모든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던 강백호는 다시 만난 대만과 결승에서도 안타를 신고하며 기쁜 마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백승호도 한일전으로 치러진 결승전에 어김없이 선발 출전해 중원을 든든히 지키며 금메달 수확에 일조했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는 그라운드에 엎드려 펑펑 울었다. 황선홍 감독에게도 안겨 한참 동안 눈시울을 붉혔다.

백승호는 우승 후 "이번 대회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며 "많이 배우고 또 사람으로서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는 결국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한다. 많은 비판을 잠재우는 것도 결국 결과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한 강백호와 백승호가 그 진리를 결과로 입증해냈다.

우승 후 펑펑 울고 있는 백승호(가운데)를 동료들이 위로하고 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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