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대만에 잡힌다…"KBO리그를 보면" 목소리 높인 류중일, 결과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수비에서 실책, 주루에서 미스가 많이 나온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류중일 감독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팬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고, 가장 먼저 입국장을 빠져나온 류중일 감독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기쁨을 만끽했다.
여느 국제대회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뜻대로 풀리는 경기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은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홍콩을 상대로 10-0 콜드게임 승리를 따냈지만, 기대를 걸었던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8회가 돼서야 '셧아웃' 게임을 만들어내며 첫 승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인 대만전을 앞두고 선발 출격이 예상됐던 곽빈이 등에 담 증세를 호소,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도 대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류중일 감독은 출국을 앞둔 평가전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문동주를 선발로 내세우며 대만전에 임했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문동주는 4이닝 동안 2실점(2자책)으로 최소실점으로 대만 타선을 틀어막으며 역투했지만, 홍콩전부터 시원하게 터지지 않던 타선이 말썽을 일으켰다. 한국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망주 랭킹 4위에 올라있는 더블A 투수 린위민에게 꽁꽁 묶이면서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오심'까지 겹치면서 패색이 짙어졌고, 결국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무득점에 그치며 0-4로 패했다.
한국은 1승 1패에서 태국을 17-0으로 격파하면서 슈퍼라운드 진출권을 손에 넣었지만, 대만전 패배로 인해 1패를 떠안은 채 슈퍼라운드 일정을 소화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한국은 슈퍼라운드 1차전 '숙적' 일본을 2-0으로 꺾었는데, 같은날 대만이 중국을 무너뜨려주면서 한국은 중국만 이기면 금메달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그리고 중국을 8-1로 격파하면서 마침내 결승 무대를 밟았다.
조별리그에서 '수모'를 당했지만, 두 번은 없었다. 한국은 다시 선발의 중책을 맡은 문동주가 대만 타선을 상대로 6이닝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타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던 2회 린위민을 공략하는데 성공하면서 2점을 먼저 뽑아냈다. 한국은 문동주에 이어 최지민(1이닝)-박영현(1이닝)-고우석(1이닝)을 차례로 투입, 2점의 리드를 지켜내며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4연패'라는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대회 전체 과정은 분명 아쉬움이 남았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전에 패배했던 것은 물론 슈퍼라운드에서는 '사회인'으로 전력을 구성한 일본과 경기에서도 '프로'와 격차를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결승전에서 승리를 손에 넣었지만, 메이저리그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뛰고 있는 두 명의 투수에게 9이닝 동안 2득점에 그친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었다.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류중일 감독도 이번 대회가 쉽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사령탑은 "선수들이 너무 고생을 했다"고 말 문을 열며 "너무 어렵게 금메달을 따서 목이 다 쉬었다. 나이 제한도 있고, 전력도 조금 약했다. 팬분들께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하셨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아니었다면, 가장 최근 국제대회에서 우승 또는 금메달의 기쁨을 맛본 것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었다.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3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을 거두고,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때를 생각한다면, 국제적인 경쟁력은 많이 떨어져 있다. 단기전이 변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최근 국제대회에서 성적은 아쉬움이 크다. 이제는 호주와 대만 등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았던 팀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류중일 감독도 이를 경계했다. 그는 '금메달을 따냈지만, 다른 국가들의 야구 수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는 말에 "많이 올라왔다. 일본은 역시 사회인 야구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잘 돼 있는 팀이고, 대만은 과거 약 7~10년 전보다 투수력, 수비력, 타격이 한 층 더 올라온 기분이다. 앞으로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필수적이다. 선수들이 매 타석, 매 공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등 모든 플레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류중일 감독도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기쁜 순간이지만, 야구인으로서 소신을 밝혔다.
류중일 감독은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KBO리그를 보면 수비에서 실책이 많이 나온다. 주루 플레이에서도 미스가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런 것을 점점 줄여나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령탑을 짧은 기간이지만, 고척스카이돔에서 대표팀 훈련을 진행했을 때 센터 내야를 보는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며 문제점을 지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젊은 선수들을 이끌면서 '미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령탑은 "투수력은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야수들은 더 많은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에 만족할 때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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