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최고의 순간, 최악의 장면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 최고의 장면은 무릎 부상을 극복하며 금메달을 따낸 배드민턴 안세영(삼성생명)을 첫손에 꼽을 만하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지난 7일 열린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1세트 도중 대회내내 좋지 않았던 무릎 통증이 더 심해졌다. 그러나 제대로 스텝을 밟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라이벌 세계 3위 천위페이(중국)와 풀세트 끝에 감격적인 승리를 안았다. 한국 선수가 배드민턴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역대 두 번째로, 1994 히로시마 대회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다. 모든 힘을 쏟아낸 안세영은 경기가 끝난 뒤 바닥에 그대로 누웠다.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한국 육상의 간판 김국영(광주광역시청)의 마지막 대표팀 질주도 감동을 안겨줬다. 수많은 메이저 국제대회에 도전하고도 시상대를 바라봐야 했던 김국영은 4번째 아시안게임 도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출전하는 후배들을 이끌고 출전한 뒤 남자 400m 계주에서 38초74의 한국 타이기록과 함께 값진 동메달을 수확한 그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김국영은 “우리 후배들이 곧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며 “앞으로는 꾸준히 아시안게임 계주에서 메달이 나오고, 단거리 개인 종목에서도 메달리스트가 나올 것”이라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반면 항저우에서 씁쓸한 기억을 안고 돌아간 선수도 있다.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당진시청)는 지난달 25일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 탈락한 뒤 라켓으로 거칠게 분풀이하다 논란에 휩싸였다. 선 넘은 라켓 화풀이에 상대 선수의 악수까지 거부한 매너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파장이 커졌다. 결국 권순우는 대회 도중 자필 사과문까지 쓰면서 고개를 숙였다.
롤러스케이트 정철원(안동시청)은 지난 2일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3000m 계주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금메달이 확실시됐지만, 두 팔을 들어올리며 때 이른 세리머니를 하다 왼발을 내민 대만에 역전을 허용했다. 금메달을 놓친 뼈아픈 실수였다.
‘겨울 프로스포츠’ 인기의 두 축인 배구와 농구의 성적도 실망스러웠다. 여자배구는 2006년 도하 대회 이래 17년 만이자 아시안게임 역대 두 번째 노메달을 기록했고, 남자배구도 졸전 끝에 6강 진입에 실패하며 61년 만의 노메달 수모를 안았다. 임도헌 남자대표팀 감독, 세사르 곤살레스 여자대표팀 감독은 대회 직후 나란히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서 내려왔다.
남자농구 역시 2006년 도하 대회(5위) 이후 17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하더니 5∼8위전에서 이란에도 패한 끝에 역대 최저 순위(7위)로 대회를 마쳤다.
항저우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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