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합격점 항저우···중국, 2036년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폐막식과 육상, 수영, 테니스 등이 열린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중국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대회가 열린 총 54개의 경기장 중 두 곳 이름에 ‘올림픽’이 들어간다. 아직 올림픽이 열리지 않은 도시의 경기장에 ‘올림픽’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경기장이 지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항저우에서 2036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데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이번 대회는 사실상의 쇼케이스나 다름없었다.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AP통신은 ‘올림픽 보다 더 큰 아시안게임’이란 제목으로 역대급 규모를 자랑하는 아시안게임을 주목했다. 이번 대회에는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처음 열리는 메이저 국제스포츠 이벤트로 내년 파리올림픽(약 1만500명 출전 예상)보다 많은 약 1만2400명이 참가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4대 도시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을 넘는 대도시로 빠르게 팽창하는 항저우를 알리면서 올림픽을 치러도 손색없을 도시 시스템, 그리고 달라진 중국을 홍보하는 데 총력을 쏟는 듯했다. 국제적인 이벤트인 만큼 손님들을 맞는 공항부터 초고층 빌딩에 화려한 밤 조명으로 채워진 도시 야경 등은 남다른 스케일과 화려함으로 시선을 사로 잡았다.
시설도 올림픽 레벨이었다. 12개 경기장이 새로 지어졌고, 24개 경기장을 리모델링해 각국 선수들과 취재진, 관중들을 맞았다. 경기장과 주변에는 철저한 통제와 함께 인해전술로 자원봉사자가 배치됐다.
중국에서 수많은 대회를 치렀다는 대표팀 관계자는 “아시안게임 준비 상태를 보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라며 “지저분하고 시끄러웠던 예전 중국이 아니다”고 했다. 길거리는 물론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시민 의식도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에도 대체로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
2036년 올림픽은 역대급 유치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 인천 등 한국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이번 대회로 항저우는 아직 유치 경쟁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모든 면에서 중국이 2036년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또 항저우가 가장 앞서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준 셈”이라며 “시설과 운영 면에서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올림픽을 열어도 손색없는 대회”라며 부러워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지향하는 저탄소·친환경 대회로 준비한 것도 흥미로웠다. 이 시설을 13년 뒤까지 쓰는 것도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긍정적인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회를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비노드 쿠마르 티와리 사무총장 대행도 별다른 문제 없이 끝난 대회를 총평하며 “이번 대회를 중국에서 열린 이전 대회와 비교하면 99점을 주겠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올림픽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천웨이창 대회조직위 사무총장은 “올림픽 유치는 여부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아시안게임 경기장은 대단히 좋다. 여러 국제 스포츠 단체 사람들이 우리 시설이 올림픽과 대규모 국제 대회를 열 만한 수준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한편 대회 조직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역대 최고인 53억1600만위안(약 98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항저우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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