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를 가던 시장을 가도, 못찾겠다” 가공·외식·과일 죄다 올라, 장바구니 ‘텅’

제주방송 김지훈 2023. 10. 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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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10개 품목 중 8개.. “평균 웃돌아”
가공식품 10개 중 6개.. 물가 부담 커
우유·맥주 인상.. ‘도미노 인상’ 우려
과일 상승 폭↑.. 사과·복숭아 40% 이상


우유와 맥주 등 가격이 잇따라 올라 ‘도미노 인상’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과일 물가까지 급격히 상승하면서 먹거리와 장바구니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소비자물가 대표 먹거리 지표인 외식 물가 부담이 2년 넘게 커지면서 가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5개 중 4개 꼴로 외식 품목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더불어 식재료 주로 쓰이는 가공식품도 5개 중 3개꼴로 상승률이 고공행진을 보였습니다.

지속되는 고물가 추이에, 씀씀이를 크게 줄이지도 못할 상황이라 가계 재정에 압박 수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 외식·가공 등 먹거리 물가 상승.. 장바구니 부담↑

오늘(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나.

이 가운데 먹거리 지표인 외식 부문 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평균 3.7%를 1.2%포인트(p) 웃돌았습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 이후 28개월째 평균치를 웃돌면서, 다른 품목보다도 오랜 기간 부담을 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체 외식 부문 39개 세부 품목을 살펴봤더니 물가 상승률이 평균을 웃돈 품목은 31개로 80%(79.5%) 수준에 육박했습니다. 5개 중 4개가 평균 물가 상승치를 넘었습니다.

가장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12.3%를 기록한 피자로 전달보다 1.5%p 올랐고 이어 오리고기(7.3%), 구내식당 식사비(7.0%), 죽(6.9%), 냉면(6.9%), 자장면(6.8%), 도시락(6.8%), 김밥(6.6%), 떡볶이(6.4%), 라면(6.3%)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승률이 평균을 밑돈 품목은 커피(외식)(1.2%), 스테이크(3.1%), 스파게티(3.1%) 등 8개 품목이었지만, 1년 전보다 물가가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또 가공식품 부문의 물가 상승률은 5.8%로 전체 평균보다 2.1%p 높았습니다. 2021년 12월부터 22개월째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상승률이 평균 이상을 기록한 가공식품은 전체 73개 세부 품목 45개(61.6%), 5개 중 3개꼴로 나타났습니다. 고추장(27.3%)이 가장 높고 이어 드레싱(23.7%), 당면(19.5%), 치즈(17.7%), 소금(17.3%), 설탕(16.9%), 파스타면(16.1%), 어묵(16.0%), 참기름(15.9%) 등 순입니다.

물가 상승률이 10% 넘는 품목은 아이스크림(14.0%), 커피(13.2%), 두유(11.2%), 간장(10.5%), 카레(10.4%) 등 모두 22개로 집계됐습니다.

생수(9.6%), 우유(9.3%), 주스(9.2%), 발효유(9.0%), 분유(7.5%), 라면(7.5%), 빵(5.8%) 등 평소 소비가 많은 품목들 역시도 가격이 올라 장바구니 부담을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먹거리 지표 상승 폭↑.. 에너지 비용 부담 가중

이같은 먹거리 지표 상승에 외식업계 등 부담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에서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평균 6,992원으로 지난해보다 10.98% 오르며 7,000원에 육박했습니다.

삼계탕은 1만 5,462원에서 1만 6,846원으로 8.95%, 비빔밥은 9,654원에서 1만 423원으로 7.96%, 그리고 냉면이 1만 500원에서 1만 1,231원으로 6.96% 줄줄이 인상됐습니다.

특히 이를 9년 전과 비교했더니 김밥을 제외한 7개 외식 메뉴 평균 가격이 2014년 8월보다 평균 35.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상승 폭이 컸습니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인해 설탕과 올리브유 가격이 오르고 국내 외식업체가 많이 이용하는 미국산 소고기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앞으로 외식 물가 상승세를 내다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환율도 가세했습니다. 국내 외식·식품업체들의 경우 대다수 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도 적잖은데, 최근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외식 물가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불안해진 밀 수급 역시 외식 가격을 끌어올릴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근본적으로 각종 비용 상승 요인으로 먼저 꼽히는 국제 유가 역시, 지속 상승세를 내다보는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 전쟁까지 불거지면서 한층 더 불투명한 상황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절요인까지 맞물리면 한층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름엔 에어컨 등 냉방기, 겨울엔 난방비로 전기며 각종 에너지 비용들까지 부담으로 안겨지는 탓입니다. 한 음식점업계 관계자는 “이미 적잖은 요인들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가격 변동에 영향을 줄 변수가 계속 생겨나는 실정"이라며 “가뜩이나 전기료 부담도 큰데다 겨울철 난방비 부담까지 떠안게 되면, 여러모로 가격 인상 요인들을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주류 출고가 인상.. 우유 ‘밀크플레이션’ 가시화

주류까지 물가 상승세에 불을 지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경우 오는 11일부터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할 방침입니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국제유가 급등에 물류비도 올라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경쟁사는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들 업체 역시 올릴 가능성이 지속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추이는 지켜봐야할 상황입니다.

이에 앞서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이미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체들은 지난 1일 흰 우유 제품 가격을 올렸습니다. 원유(原乳)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편의점 기준 흰 우유 900㎖ 제품 판매가가 3,000원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파장은 이어져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 등 빙과업계가 지난 6일부터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주 원료인 우유 등 가격 인상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흰 우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업계에서는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 가격이 잇달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바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우유 가격 인상으로 우유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 빵, 과자 가격 등이 잇따라 올라 ‘밀크플레이션’ 현상을 빚었습니다.


■ ‘금사과’ 여전., 채소값 급등.. 농산물 가격 ‘줄상승’

농산물도 마찬가지로, 장바구니 부담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대체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던게 올해 이상기후와 폭염, 폭우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 과일·채소 등의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갔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달 사과(홍로·상품) 도매가격은 10㎏당 7만 5,4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만 8,400원)의 2.7배까지 올랐습니다. 배(신고·상품) 도매가격도 15㎏당 5만 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만 2,800원) 1.5배 수준까지 뛰었습니다.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폭염, 강우 등에 사과나 배 생산량이 줄어든데다 지난달 추석 선물, 제수용품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큽니다. 사과와 배 생육은 여전히 부진해, 이달 역시 높은 가격 수준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단감도 이달 도매가격이 10㎏당 3만 3,000∼3만 7,000원을 형성하면서 지난해(2만 6,100원) 대비 26.4∼41.8% 상승세를 전망했습니다.

물가 상승률도 심상찮습니다. 지난달 농산물 중 과실 물가 상승률이 24.0%로 평균의 6배를 넘었을 정도입니다. 상승 폭은 전달(13.1%)보다 10.9%p 우상향했습니다.

특히 사과 상승률이 54.8%로 소비자 물가 전체 세부 품목 중 생강(116.3%) 다음 높았습니다. 복숭아 40.4%, 귤 40.2%, 딸기 31.6%, 수박 30.2%, 참외 21.0%, 밤 14.9%, 오렌지 12.5%, 바나나 10.8% 등도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었습니다.

다만 전년도 고물가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해 채소류는 전년보다 5.7% 하락했지만 폭염과 태풍 영향에 전달에 비해 4.1%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오이와 청양고추 등 일부 채소가 지난달 잦은 비로 인해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오름세로 나타났습니다.


■ 당분간 고물가.. “체감 정책 등 제시돼야”

이같은 총체적인 물가 상승세 속에 정책 고민은 더 깊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서도 여전한 기름값이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우선 정부는 당초 이달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가 안정세를 유도하는데 기름값 기여도를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추이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겨울철을 앞두고 4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 발표가 예고되면서 이 역시 향방에 촉각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와 전력당국은 전력 생태계 붕괴 등을 우려해 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상황인데다 한국가스공사의 사채발행 한도도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에 가스요금 인상 압박도 거센 양상입니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 추이 속에 온갖 물가 지표가 상승세를 거듭하고 가계 재정을 짓누르는 형국에서 정부 당국 역시도 이를 간과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전기요금 관련해 “늘상 말하다시피 국제 에너지가격,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재무구조, 국민들의 부담 문제”라면서 “이 세 축을 종합 고려해서 최종 검토할 예정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라고 신중한 입장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관련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유가와 환율,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만 더해지는게 현실”이라면서 “계속 생산비가 늘고 경영 부담이 가중된다면 정부 압박으로 인해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꼈던 식품업계나 외식업체들로선, 다시 가격을 올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고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에 씀씀이만 커질 상황에서 지출만 더 늘게 되면, 결국 가계 불안을 고조시킬 수 밖에 없다”면서 “국제 유가 등 상승 악재를 만나면서 하반기 물가 안정 전망이 어긋날 여지가 커진 만큼, 낙관적 전망만 아닌 체감할 수 있는 대책들이 동원돼야할 시점”이라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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