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절친’된 아일랜드 더블린···36세 다히 드 로슈터 시장 인터뷰
아일랜드 더블린은 최근 들어 서울과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두 도시는 지난 3월 우호협력도시 협약 체결 이후 교통과 기후행동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 중이다. 지난 4월 서울-더블린 교통정책 교류가 유럽연합(EU) 도시교류 프로그램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더블린 방문에 이어 다히 드 로슈터 더블린 시장(36)이 세계도시정상회의(WCS) 시장포럼 참석차 지난달 서울을 찾았다. 두 시장은 교통·기후행동 외에 문화교류 확대에도 뜻을 모았다. 드 로슈터 시장을 지난달 27일 종로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아일랜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희미했고, 2010년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지원받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20%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1993년까지 동성애를 처벌했던 아일랜드는 2015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 2017년 동성애자 총리가 취임하며 역동적인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고 있다.
드 로슈터 시장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수장으로 지난 6월 선출됐다. 1987년생 ‘젊은 시장’이지만 2014년 더블린 시의원으로 정계 입문 후 10년 가까이 정치 활동 중이다.
그는 서울과 더블린이 우호 협력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동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달 26일 오 시장과 서울시청에서 만나 앞으로 어떻게 두 도시가 발전적으로 교류할지를 논의했다. 그는 특히 기후 위기와 도시교통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
“도시에서 어떻게 자동차를 줄이고 보행자를 늘릴지 두 도시가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블린에는 지하철 대신 루아스(Luas)라는 지상철이 있어요. 두 도시의 대중교통이 다르지만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같은 과제입니다.”
그는 최근 서울시가 월 6만5000원짜리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 도입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더블린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며 “가격이 낮아야 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더블린의 대중교통을 다 무료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두 도시는 문학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아일랜드는 조지 버나드 쇼, 사뮈엘 베케트 등 4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오스카 와일드와 제임스 조이스도 아일랜드 출신이다. 국제 더블린 문학상은 노벨 문학상·부커상과 더불어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으로 꼽힌다. 더블린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학도시다.
그는 “서울에도 문학적 자산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학 축제나 문학상 제정 등 두 도시의 우호협약을 기반으로 어떤 긴밀한 교류를 할 수 있을지 오 시장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더블린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리피강변에 조성된 ‘그랜드 캐널 독’ 지구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아일랜드의 자본집약적 경제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구글·메타·링크드인·애플·인텔 등 세계 테크기업들의 유럽 본사가 여기에 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 유럽 출장 중 이곳을 찾아 성동구 성수동을 그랜드 캐널 독처럼 개발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제정된 ‘서울 스마트시티상’의 ‘사람 중심’ 부문에서 더블린 교육 프로젝트 ‘ANF’(Academy of the Near Future)에 은상을 수여했다.사회적 약자 계층에 첨단 기술 분야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그랜드 캐널 독은 ‘테크 시티’”라며 “고용 창출, 막대한 수익을 시에 가져다줄 뿐 아니라 도시를 역동적으로 만들어준다. 오 시장이 이 부분을 좋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지정학적 위치도 큰 요인이라며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영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유럽 국가이자 미국과 남미 지역에서 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한 관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수동) 개발에 도울 일이 있거나 지식을 나눌 일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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