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모든 보상 다하겠다" 이후 석달…뒤로는 LH와 책임 공방
재시공 비용부담 갈등까지…GS건설 "LH 책임도 분명"
법적 다툼 수년간 이어질수도…피해는 입주예정자가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난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에 이어 올해는 지하주차장이 붕괴한 인천 검단 LH 아파트의 전면 재시공에 따른 입주예정자 보상 문제가 국회 국정감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검단 아파트 시공사인 GS건설은 지난 7월 전면 재시공 결정과 함께 '입주 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4개월째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책임 공방을 벌이며 입주예정자에 대한 보상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GS건설이 제시한 보상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발하며 집회를 이어가는 중이다.
LH·입주예정자들 "GS건설 보상안, 현격히 부족"
9일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는 GS건설이 지난달 제시한 검단 아파트 입주예정자에 대한 보상안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 '현격히 부족한 수준'이며, 'LH에 대부분의 보상 비용과 재시공 사업비를 전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GS건설은 입주예정자 주거지원과 관련해 '6천만원 무이자 대출'과 '3천만원 무이자 대출+7천500만원 유이자(주택도시기금 금리 적용) 대출' 가운데 입주예정자들이 하나를 택하는 보상안을 제시했다.
6천만원 무이자 대출은 계약자들이 입주 때 치를 잔금 2억1천만원(전용면적 84㎡ 기준)은 갖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로, 인천 서구의 평균 전셋값 2억4천만원과의 차액 3천만원에 여유금 3천만원을 얹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입주예정자들은 가구당 평균 7천500만원의 잔금 대출을 지고 있는 데다, 검단 아파트 인근 전세 시세는 3억원대로 인천 서구 평균보다 더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중도금 대위변제다.
입주예정자들은 입주가 늦어지는 동안 대출이자 부담을 낮추려면 GS건설이 중도금 대출을 대신 갚은 뒤 나중에 청구(대위변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GS건설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혜민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중도금 대위변제가 없다면 입주예정자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한에 걸려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고, 대출 이자가 두 번만 미납돼도 신용불량자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H 역시 "지체 보상금을 LH가 선지급하더라도 중도금 대출이자 부담 탓에 입주 예정자의 체감 보상액은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LH는 입주 지체 보상금으로 '1천443억원+α'를 예상한다. 가구당 추정 보상금은 84㎡ A타입 기준으로 9천만원이다. 여기에 소득세·주민세 400만원과 5년간 중도금 대출이자(연 6.29% 적용) 5천100만원을 빼면 순 보상액은 3천5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또 지체 보상금을 LH가 선지급할 수는 있겠지만, 비용 부담 책임은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GS건설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경우 주거비 1억1천만원 무이자 대출과 중도금 대위변제 보상이 합의됐고 지체 보상금은 가구당 약 9천100만원이 책정된 바 있다.
재시공 비용 부담 갈등까지 '첩첩산중'
입주예정자 보상 외에 재시공 비용 부담을 둘러싼 갈등까지 첩첩산중이다.
LH는 GS건설이 발주처인 LH와 상의 없이 전면 재시공 결정을 내렸으므로 입주 예정자 보상 및 재시공에 드는 모든 비용 부담은 전적으로 GS건설이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LH는 "이번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전면 재시공 결정으로 막대한 금전적 손해, 신뢰도 하락 등 유무형의 피해를 본 LH에 대부분의 입주민 보상 비용과 재시공 사업비를 전가하는 제시안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계획을 다시 밝혀달라는 공문을 지난달 GS건설에 보냈다.
여기에 GS건설은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으로 설계 문제도 분명히 지적되고 있다면서 "당사가 전면 재시공을 선언했다는 이유만으로 'LH는 일말의 책임도 없다'는 주장은 사업 주체로서 책임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전면 재시공 결정에 대해선 "LH의 의사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재시공 의견에 대해 LH도 수긍하고 동의했으며, 그에 따른 재시공 및 보상 협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주지해달라"고 맞섰다.
GS건설은 붕괴 원인 및 과실 비율에 대한 법적 판단에 따라 최종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단 아파트는 시공사가 설계 단계부터 관여하는 시공책임형 CM(건설사업관리) 방식으로 진행돼 책임 소재가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어 법적 공방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
부실아파트 전면재시공 문제 2년 연속 국감 화두로
GS건설과 LH의 갈등으로 보상금 지급 시점이 늦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예정자가 보게 된다.
총 1천666가구에 이르는 검단 아파트 단지는 전체의 85%가 특별공급으로 분양돼, 신혼부부·생애최초 분양 가구가 전체의 55%(915가구)를 차지한다.
GS건설은 내년 5월까지 철거 승인이 이뤄지면 이로부터 입주까지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이뤄져도 원래 계획인 올해 12월보다 5년 가까이 입주 시점이 늦어진다.
입주예정자들은 GS건설이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보상안 마련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혜민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LH도 물론 지탄받아야 마땅하지만, GS건설이 전면 재시공을 발표하며 '입주 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이후 전혀 그런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파트 부실 문제는 2년 연속 국감장에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국회 국토위 국감에선 광주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 대표가 출석해 대책 마련을 호소했고, 당시 여야 의원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감 증인으로 부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를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올해는 GS건설 임병용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박정하 의원은 "GS건설의 부실시공으로 벌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GS건설이 대출 이자와 보상금을 포함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사과문에 담긴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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