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장기체납 76%가 생계형 체납

8만여명 의료 벼랑 끝 위기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의 76%가 지난해 ‘수원 세 모녀’처럼 월 5만원도 되지 않는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내지 못한 생계형 체납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위기 가구 징후인 건강보험료 장기체납 세대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한 세대 수가 올해 7월 기준 93만1000세대로 조사됐다. 이중 월 5만원 이하의 보험료가 밀린 생계형 체납 세대는 71만 세대로 전체 체납 세대의 76%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생계형 체납 세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68만5000세대였던 체납 세대는 2022년 70만8000세대, 2023년 71만 세대로 늘어났다. 이러한 저소득층 세대의 체납 보험료는 8995억원으로 전체 장기 체납액 1조5031억원 중 60%를 차지하고 있다. 

생계형 체납 71만 세대 가운데 75%인 53만2000세대는 연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 소득 100만원 초과 300만원 이하 세대는 7만4000세대, 3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는 4만5000세대, 500만원 초과 1000만원 이하는 5만5000세대, 1000만원 초과는 3000세대로 조사됐다. 이들 중 8만2720명은 건강보험 급여 제한으로 병원이나 약국 등에서 사실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이처럼 생계형 체납자 중 상당수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위기에 놓이는 등 위기 가구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생활고와 병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의 경우 건강보험료가 1년6개월 체납된 위기 가구였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되어도 의료기관 이용에는 제한이 없지만 이후 국민건강보험공간이 체납자에게 보험급여만큼의 금액을 환수하기에 의료비 전액을 체납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된 체납자를 비롯해 생계형 체납자의 상당수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몸이 불편해도 의료기관을 찾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