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 샤오미의 잃어버린 1년…주가는 제자리 걸음

박수현 기자 2023. 10. 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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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자오 차이나]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가 찾아드립니다.

올해 샤오미 주가 추이.
"상장 첫날 샤오미 주식을 산 투자자에게 2배로 돈을 벌게 해드리겠습니다" (2018년 7월9일,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

중국 전자제품 제조 기업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제품은 싸고 질이 나쁘단 편견을 깨서다. 국내에선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로 이름을 알린 뒤 무드등, 공기청정기, 스마트 워치 등 제품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중국 최대 유니콘 기업으로 꼽히면서 2018년 7월 홍콩 증시에 입성하기도 했다.

샤오미는 지난 1년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레이쥔 CEO는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 했지만 현 주가는 공모가 대비 30% 빠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을 멈추고 소비자 선호가 달라지면서 저가 전략이 힘을 잃은 영향이다. 이에 샤오미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고 전기차 사업에 도전하며 '두 번째 실수'를 꿈꾸고 있다.

지난 6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샤오미는 1.88% 오른 11.9홍콩달러(약 2048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8년 7월 상장한 샤오미의 주가는 'ㅅ'자 형태를 그려왔다. 상장 직후 우하향하던 주가는 반등에 성공해 2020년 마지막 날 역대 최고가인 33.2홍콩달러(약 5715원)를 기록했으나 다시 꾸준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샤오미의 시작은 저가형 스마트폰이었다. 샤오미는 2011년 8월 첫 스마트폰 '미1'(Mi1)를 1999위안(약 36만9035원)를 출시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당시에는 '아이폰 짝퉁'이라는 멸칭이 붙었지만 샤오미는 중국의 내수 수요를 등에 업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가 전략의 성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고 소비자의 선호가 달라지며 저가형 스마트폰이 인기를 잃어서다. 그러자 샤오미는 고급화 전략으로 노선을 틀고 지난 2월 샤오미13과 샤오미13프로를 정식 출시했다. 가격이 각각 999유로(약 142만원)과 1299유로(약 184만원)부터 시작하는 프리미엄 제품이었다.

중국 증권가에선 샤오미의 고급화 전략이 효과를 봤다고 평한다. 올해 2분기 샤오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내린 673억5000만위안, 영업이익은 147% 오른 51억40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사물인터넷(IoT), 생활 가전, 인터넷 서비스 등 모든 사업부에서 이익이 증가한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13.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덕분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에도 샤오미 스마트폰은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애국 소비' 열풍을 타고 중국 현지에서 인기를 얻었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2분기 중국 내에서 샤오미 스마트폰 판매량의 20.1%가 프리미엄 제품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덕분에 샤오미 스마트폰의 평균판매단가(ASP)는 전년 동기 대비 24% 이상 증가했다.

저가형 스마트폰으로 한 차례 돌풍을 일으켰던 샤오미는 전기차 사업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21년 3월 레이쥔 CEO는 전기차 사업에 진출해 향후 10년 동안 100억달러(약 13조 495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레이쥔 CEO는 "제 인생의 마지막 창업"이라며 "제가 쌓아온 모든 영광과 업적을 바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증권가도 샤오미의 전기차 사업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홍콩 증권사 안신국제의 왕양 연구원은 "샤오미가 아직 전기차 사업의 진행 상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 의견에 따르면 내년도 출시가 예상된다"라며 "관련 연구 개발 비용이 당장 이익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나중에는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와 전기차 사업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다. 홍지아쥔 싱예증권 연구원은 "샤오미의 전기차 연구 개발 상황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라며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심화와 환율 변동,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위험 요소"라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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