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로메 대신 헤롯이 벗은 오페라 ‘살로메’의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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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0회째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지난 6일 닻을 올리고 다음 달 10일까지 36일 간의 여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제19회 축제 당시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 주역 가수와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240여명이 내한해 선보인 바그너(1813∼1883)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로 주목을 받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이번에도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끌릴 만한 작품들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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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세례 요한이 목 잘린 이야기에서 영감받은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희곡이 원작
슈트라우스 ‘살로메’ 재해석해 파격적인 작품 선보여
올해로 20회째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지난 6일 닻을 올리고 다음 달 10일까지 36일 간의 여정에 들어갔다.
제일 먼저 관객과 만난 개막작 ‘살로메’는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슈트라우스가 1905년 오페라로 만들어 초연한 작품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신약성경(마태복음 14장, 마가복음 6장)에 언급된 세례 요한의 죽음에서 영감을 얻어 ‘살로메’를 썼다. 성경에는 헤롯(안디바) 왕과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가 결혼한 것을 요한이 비난하자 헤로디아가 딸을 시켜 헤롯에게 요한의 머리를 선물로 달라고 한 이야기가 나온다. 연극과 오페라 ‘살로메’에선 그 딸이 살로메로 등장하며, 감옥에 갇힌 요한의 목소리와 외모에 푹 빠져 요한에게 사랑을 애원한다. 하지만 요한이 매몰차게 거부하자 살로메는 자신에게 흑심을 품은 헤롯 앞에서 관능적인 춤을 춘 뒤 선물로 얻게 된 요한의 잘린 머리에 키스를 퍼붓고, 이에 질린 헤롯의 명령으로 살해당한다.
‘살로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원작과는 또다른 파격을 선보였다.
‘살로메’를 대표하는 장면으로 살로메가 ‘일곱 베일의 춤’을 요염하게 추고 은쟁반에 담긴 요한의 잘린 머리에 키스를 퍼붓는 장면이 관객 예상과 크게 빗나갔다. 살로메(소프라노 안나 가블러) 대신 헤롯(테너 볼프강 아블링어 슈페르하크)이 옷을 벗으며 알몸에 가까운 모습으로 함께 왈츠를 췄다. 극 후반 요한(바리톤 이동환)이 목이 덜 잘린 시체로 누워 있고, 살로메가 그 위에 앉아 죽은 요한을 껴앉거나 키스하는 것도 새롭다. 총을 든 시민들이 등장해 헤롯 등을 쏴 죽이는 마지막 장면 역시 원작과 다르다. 이런 파격적인 해석과 연출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슈투르밍어 ‘살로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투명 유리에 입체적 구조물로 만든 회전 무대와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안정적인 성악가들의 가창력과 몰입감 있는 연기력, 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활약한 로렌츠 아이히너가 이끈 대구시립교향악단의 매끄러운 음악은 잘 어우러졌다. 연극적인 현대오페라 ‘살로메’의 다층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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