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해진 ‘그놈 목소리’...금감원, 보이스피싱범 12명 목소리 공개

올 상반기 5회 이상 반복 제보된 목소리 공개
금감원 “의심하고 끊고 확인하라”

일러스트=정다운

금융감독원이 9일 올해 상반기 중 제보받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목소리 937건을 분석해 5회 이상 반복 제보된 12명의 목소리를 공개했다.

금감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사기범의 목소리를 성문(聲紋) 분석했다. 성문 분석이란 사람마다 다른 음성 정보의 특징을 비교･분석하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동일범 여부를 판단했으며 제보 파일을 토대로 사기범의 주요 수법 및 제보자의 모범 대응 사례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이 영상은 금감원 유튜브 및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주로 검찰을 사칭해 수사 목적의 통화임을 강조한다. 실제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 또는 수사관인 것처럼 사건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계좌 동결, 처벌 관련 법령 조문 등의 전문 용어를 주로 사용했다.

이들은 ’명의도용 사건’ ‘성매매특별법 위반 사건’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임을 입증하지 않으면 조사를 받게될 것이라며 압박하는 수법을 자주 썼다. 또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안심시킨 후 자산보호 설정 등을 위해 필요하다며 계좌 정보, 보유 잔액 등 금융 정보를 요구했다. 저금리 대출을 받아주겠다며 지인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인터넷 IP주소를 통해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수법의 보이스피싱에 대응한 모범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A 제보자는 사기범이 대포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다고 하자, 직접 은행에 본인 명의 계좌 목록을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대응했다고 한다. B 제보자는 사기범이 검찰청 사건 공문을 확인시켜 주겠다며 IP주소를 불러주자,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검찰청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하겠다며 사건 번호를 요청했다. C 제보자는 우선 검찰인지 의심하고 신분증을 보내달라고 대응했다.

금감원 측은 “의심하고 끊고 확인하라”며 “국민들이 제보해 주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목소리는 범인 검거 및 보이스피싱 예방 활동에 쓰인다.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했다. 보이스피싱 제보는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