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방 불공정 약관 시정…“쿠팡·네이버·카카오, 판매자에게 과도한 책임 부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네이버, 카카오, 그립컴퍼니 등 4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 입점 판매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조항 등 10개 유형 16개 조항을 손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사업자의 판매자 이용약관을 심사해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사업자인 '판매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정한 약관을 시정했다고 9일 밝혔다.

라이브커머스는 진행자가 제품 특징과 장점, 사용요령 등 정보를 실시간 영상으로 제공하고, 소비자는 방송 중에 구매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TV홈쇼핑과 유사하나, TV홈쇼핑에 비해 수수료가 낮고 소비자가 방송 중에 문의를 할 수 있는 거래 방식이다.

공정위가 파악한 주요 불공정 약관으로 구매자가 상품을 수령하지 못하거나 계정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무조건적으로 판매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조항이 있었다. 판매자는 자신의 귀책이 없음에도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부담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통신판매중개자의 책임과 의무가 면책되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 A사 라이브커머스 이용약관에는 '구매자가 상품을 정상적으로 수령하지 못한 경우 판매자는 그에 관한 모든 책임을 부담해야 합니다', B사 약관에는 '계정정보가 타인에게 유출되어 Live 영상 스트리밍 운영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모든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습니다'라는 조항이 각각 삽입됐다.

라이브커머스 방송 시 촬영된 영상은 판매자에게 저작권이 인정되는 저작물이고 플랫폼 사업자는 판매자로부터 단지 저작권의 사용을 허락받았을 뿐임에도,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의 저작인격권 행사를 제한한 조항도 있었다. 이런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내용과 형식을 변경해 영상의 동일성이 불분명해지더라도 판매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C사 약관에는 '판매자는 회사를 상대로 공표권,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유지권을 포함한 저작인격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합니다'라는 조항이 적용됐다.

공정위는 저작권 관련해 판매자의 저작권을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제공과 관련 없는 제3의 서비스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D사 약관에는 '회사는 회사의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운영 및 회사의 다른 서비스를 운영하고 홍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저작물의 사용권을 행사합니다'라는 조항이 반영됐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통신판매중개자인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와 소비자 간에 발생한 분쟁에 개입한 경우, 판매자는 플랫폼 사업자의 결정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도록 한 조항 역시도 판매자의 권리를 제한한 조항으로써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4사는 조사 과정에서 모두 불공정 약관에 해당하는 조항을 스스로 시정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