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코인거래소"…'실명계좌' 없는 거래소 21곳중 18곳 '완전 자본잠식'

박현영 기자 2023. 10.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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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상반기 코인시장]② 21곳 중 10곳 거래수수료 매출 '0'
특금법 이후 실명계좌 확보한 거래소는 고팍스·한빗코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종류(원화마켓, 코인마켓)별 일평균 거래대금 및 영업이익 비교 표. 자료=금융정보분석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국내 코인마켓(코인과 코인 간 거래만 지원) 가상자산 거래소 대부분이 사실상 폐업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하지 못해 가상자산 간 거래만 지원하는 거래소를 말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규제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원화와 코인 간 거래가 가능한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만 살아남을 것이란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1곳 중 18곳 자본잠식…10곳 수수료 매출 '0'

9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코인마켓 거래소 21곳 중 18곳은 '완전자본잠식(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화마켓 거래소에 비해 거래량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반기 26개 가상자산 거래소(거래업자)의 일평균 거래금액은 약 2조9000억원이다. 이 중 원화마켓 거래소가 2조9000억원, 코인마켓 거래소가 10억원 수준으로 코인마켓 거래소의 거래금액이 극히 적었다.

특히 코인마켓 거래소 중 일평균 거래금액이 100만원 이하인 사업자도 5개에 달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량이 부족하므로 수수료 매출도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코인마켓 사업자 21개 중 10개는 거래 수수료 매출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에서 거래 수수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원화마켓 거래소에 비해 극히 낮다. 원화마켓 거래소의 경우, 전체 매출 중 수수료 매출의 비중은 98%에 달한다. 업비트, 빗썸 등 대형 거래소의 경우 99% 이상이다.

반면 코인마켓 거래소는 전체 매출 중 수수료 매출의 비중이 46%에 불과하다. 거래량이 미미해 다른 사업으로 매출을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 매출 규모에 비해 인건비 등 비용이 지나치게 커 대부분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미미한 거래량은 대부분 '단독상장' 코인으로 확보하고 있다. 단독상장 코인이란 특정 거래소 한 곳에만 상장돼 있는 코인으로, 코인마켓 거래소는 원화마켓 거래소에는 없는 코인을 상장해 거래량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올 상반기 코인마켓 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 규모(5300억원)에서 단독상장 가상자산이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88%(47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대비 3%p 줄어든 비중이지만 여전히 매우 높다. 코인마켓 거래소 내 시가총액 '톱10' 가상자산 중 9종은 단독상장 코인이기도 하다.

이들 단독상장 코인 대부분은 시가총액 규모가 10억원도 되지 않는 코인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코인마켓 거래소에 상장된 '단독상장' 코인 중 시총 규모가 1억원 이하인 코인은 91개로, 전체의 49%다. 1억~10억원 이하인 코인도 58개로,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특금법 이후 계좌 확보 두 곳뿐…FIU "향후 사업 어렵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소수 거래소에 치중된 데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이 영향을 미쳤다.

특금법에 따르면 원화마켓을 지원하기 위해선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에도 실명계좌가 있었던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들이 새롭게 계좌를 확보하는 데는 진입장벽이 따랐다.

현재 특금법 시행 이후 새로 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고팍스와 한빗코 두 곳 뿐이다. 고팍스는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 지난해부터 원화마켓을 열어 '5대 거래소' 대열에 합류했다. 한빗코는 광주은행으로부터 계좌를 확보해 현재 FIU의 변경신고 수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머지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거래량이 미미해 계좌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은행에게는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를 감수할만한 '몸집 있는' 거래소가 필요하지만, 현재 은행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거래량이 극히 적은 탓이다.

이에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올해 초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자 협의체(VXA)'를 구성하고, 주요 은행에 공문을 전달하는 등 폐업을 피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FIU는 "코인마켓 사업자 21개 중 10개는 거래 수수료 매출이 없어 향후 지속적인 사업 영위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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