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회복'에도 가상자산거래소 양극화↑…코인마켓 고사 위기

박대한 2023. 10.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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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손실 지속에 대부분 자본잠식상태…종사자수도 원화마켓 10분의 1
'한탕' 노린 단독상장 통로로 이용돼…상장폐지 많아 투자자 피해 발생
가상자산거래소 고객지원센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올해 상반기 글로벌 긴축정책 완화 기대감 및 투자심리 개선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반짝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국내 거래소 간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했다.

원화마켓과 코인마켓 간 격차가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원화마켓 내에서도 특정 거래소 '쏠림 현상'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원화마켓이 시총 98% 차지…코인마켓은 영업손실 수렁

9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신고된 가상자산거래소(거래업자)는 모두 27개다.

이중 1개는 사실상 영업을 중단, 실제로는 26개 거래소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원화마켓 거래소가 5곳이고 나머지 21곳은 코인마켓 거래소다.

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국내에서 원화로 가상자산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거래소는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가상자산 간 거래 서비스(코인마켓)만 제공할 수 있다.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가 이른바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에 해당하며, 나머지 거래소는 코인마켓 거래소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사실상 원화마켓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8조4천억원으로, 이중 원화마켓이 98.2%인 27조9천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코인마켓 시가총액은 1.8%인 5천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원화마켓 시가총액이 전체의 97%인 18조8천억원, 코인마켓이 3%인 6천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원화마켓 비중이 확대됐다.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코인마켓은 사실상 고사 위기에 처했다.

상반기 국내 거래소 총 영업이익은 2천273억원이다. 원화마켓은 2천5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코인마켓은 32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원화마켓 중에서도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의 영업이익이 3천206억원, 2위인 빗썸의 영업이익이 125억원으로 집계돼 사실상 나머지 3개 사업자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인마켓 사업자 21곳 중 18곳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났다. 10곳은 거래소 수수료 매출이 아예 없었다.

이용자 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 등을 진행하다 보니 실제 거래가 발생하더라도 수수료 매출이 없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일부 코인마켓 거래소는 꾸준히 원화마켓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은행 실명계좌 확보나 금융당국 심사의 벽을 통과하지 못해 5대 원화마켓 거래소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평균 종사자 수를 살펴봐도 원화마켓 거래소가 업체당 275명인 반면 코인마켓 거래소는 평균 26명으로 10분의 1에도 못미쳤다.

허술한 코인마켓에 단독상장→상장폐지…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

가상자산 상장과 관련해서는 코인마켓이 원화마켓과 대등한 모습이다.

6월 말 기준 상장 가상자산(중복 포함)은 코인마켓(586종)이 원화마켓(813종)의 72% 수준이었다.

사업자 1곳에서만 거래되는 단독상장 가상자산은 코인마켓이 187종으로 원화마켓(179종) 보다 많았다.

6월 말 기준 코인마켓 시가총액 중 단독상장 가상자산의 비중이 88%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코인마켓 시가총액 상위 10대 가상자산 중에서도 9종이 단독상장 가상자산이었다.

문제는 대부분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단독상장 가상자산은 급격한 가격변동, 유동성 부족 등 시장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으며 거래중단(상장폐지) 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상반기 상장폐지된 가상자산은 모두 115종(중복 포함)으로, 이중 원화마켓에 상장된 가상자산은 48종이었고, 나머지 67종은 코인마켓에서 거래 중이었다.

즉 상장에 따른 '대박'을 노리고 비교적 상장 기준을 통과하기 쉬운 코인마켓의 문을 두드렸다가 거래를 이어가지 못하고 상장폐지된 종목이 많은 셈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과정에서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납치·살인사건 등 가상자산 관련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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