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솔' 16기 도파민 이제 그만, 무해하게 기강 잡는 '소소연' [Oh!쎈 펀치]
[OSEN=연휘선 기자] "이거지!". 도파민 폭발로 설렘은 어디 가고 인류애 다큐멘터리를 찍던 연애 리얼리티 기강을 잡는 프로그램이 나타났다. 소나기 같은 한편의 청춘 드라마가 뚝딱 나오는 '소년 소녀 연애하다'이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소년 소녀 연애하다(약칭 소소연)'가 지난 5일 1, 2회를 함께 공개하며 포문을 열었다. 푸른 논이 펼쳐진 전라북도 고창군에 위치한 베이스캠프에서 8명의 예고생들이 만났다. 첫 만남에 인사도 서툴고 눈짓 한번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서툰 청춘들의 만남이 보기만 해도 랜선 시청자들의 잇몸을 마르게 했다.
# 지금 이 구역 최고 대세? '나는 솔로' 16기
연애 리얼리티 대홍수인 최근 방송가에서 이 장르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ENA, SBS플러스의 '나는 솔로(SOLO, 약칭 나솔)'다. 그 중에서도 최근 방송을 마친 16기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두 번째 '돌싱' 특집으로 구성된 '나솔' 16기는 하나 같이 어디로 튈 지 예측 불가능한 출연자들로 소위 '도파민 폭발'이라는 평을 받았다. 방송 내내 뒷담화와 오해, 설전이 난무하는가 하면, 방송 밖에서는 출연자들의 사과가 줄을 이었다. 심지어 기수 마무리를 기념하며 진행된 라이브 방송을 두고도 일부 출연자 사이 이견이 존재해 잡음이 남았다.
종잡을 수 없는 출연자들의 행보는 '나솔' 16기를 끊을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자극과 중독성을 선사했다. 한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게 '나솔' 16기를 둘러싼 시청자들의 중론. 특히 연애 리얼리티에서 보여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예능 관계자들의 평까지 속출했다. 확실히 '나솔' 16기는 전에 없던 새로운 프로그램이었고, 한계를 돌파한 프로그램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 "이게 '연애 리얼리티' 맞아?"
'나솔' 16기는 사랑을 찾아 나왔다는 출연자들의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자극적인 오해와 싸움의 연속으로 점철됐다. 연애 리얼리티는 커녕, "막장 드라마 대본도 이렇게 썼다가는 욕 먹겠다"는 반응이 속출했을 정도. 연애 리얼리티가 아닌 인간성 실험을 보는 듯한 살풍경이 재미와 동시에 죄책감을 선사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대로 봐도 괜찮은가'라는 근본적인 찝찝함을 남긴 것이다.
이전의 '나솔' 시리즈 자체가 짧은 시간 빠르게 빠져들고 현실적이고 솔직한 연애 리얼리티의 장점을 극대화한 맛으로 사랑받았던 것은 맞다. 하지만 16기 수준의 자극은 전례 없었다. 더욱이 '나솔' 16기의 묘미와 자극이 연애가 아닌 인간관계 그 자체로 집중되며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TV 프로그램의 선을 넘었다는 질타가 잇따랐다.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SNS까지 유독 득달같이 찾아가 반응하고 출연진도 이에 사과를 남기며 반응하게 된 이유였다.
# 무해한데 잇몸 웃음 계속 나오는 '소소연'
'나솔' 16기가 자극의 끝판왕이었다면, '소년 소녀 연애하다(약칭 소소연)'는 무해함의 끝판왕이다. 푸른 시골, 교복을 입은 남학생 4명과 여학생 4명, 첫사랑이 뭔지도 모르겠고 좋아하는 마음을 담은 키링 선물도 버겁다. 매일 밤 '소소록'이라는 일기를 쓰며 나의 마음을 대면하고 확인하는 것조차 뭉클하고 눈물이 날 지경의 순수한 청춘들. 보기만 해도 얼얼해서 긴장돼 있던 시청자의 온도를 한커풀 올려 녹진하게 만든다. 잔뜩 굳었던 어깨와 찡그렸던 미간을 풀고 청춘들의 서툰 모습조차도 헤실헤실 보게 만든다.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 미숙함조차 매력인 풋풋한 청춘. 이들이 한 데 모인 풍경을 보고나면 한 권의 소설책을 읽은 듯한 여운이 매회 강하게 남는다. 그 뒤에 남는 잔상은 개운함이다. 누군가의 인간성 끝을 봤다는 일말의 죄책감이나 '길티 플레저'가 아닌 무해한 재미, 그 청량한 상쾌함이 안도감으로 속을 쓸어내리게 만든다.
# "아, 원래 연애 리얼리티 이렇게 '설레는 거'였지"
팝콘을 물고 '나솔' 16기를 불난집 보듯 싸움 구경을 재미삼아 보는 걸 즐기던 시청자들에게 '소소연'은 속죄의 청량감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소소연'의 풍경이 '나솔' 16기의 살풍경에 비해 어떤 자극도 없이 재미 없냐고 하면 전혀 아니다. 잊고 있던 무해한 즐거움을 깨우쳐주듯 '소소연'은 자극이 없어도 웃을 수 있는 감상을 되찾게 해준다. 출퇴근, 등하교와 같은 이동 중 감상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필수품은 마스크다. 잊고 있던 청춘과 첫사랑의 흐뭇함에 취해 자연스럽게 잇몸이 드러나도록 웃으며 보는 얼굴을 숨겨야 할테니.
원래 연애 리얼리티의 정수는 이런 무해함에 있었다. 나도 겪었고 다시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출연자들의 감정에 시나브로 빠져드는 과몰입이 주는 여운이 소위 도파민, 마라맛 자극보다 강렬했고 잔상까지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설렘'. '소소연'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잊고 있던 순수하게 설렐 수 있던 시절의 감성을 자극한다. 단지 미성년 청춘들을 섭외했다고 보기엔 '환승연애' 시리즈로 과몰입의 끝판왕을 보여줬던 티빙 제작진의 노하우가 상당하다. 푸릇푸릇한 화면의 질감부터 제작진 개입을 최소화한 구성들이 제약 없이 출연진부터 시청자들까지 빠져들게 한다. 잊고 있던 연애 리얼리티 기강을 잡으러 무해한 소년 소녀들이 왔다. / monamie@osen.co.kr
[사진] ENA, SBS플러스,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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