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스라엘판 9·11테러" 신중동전 가능성에 쏟아지는 우려들
하마스 기습 이틀 만에 사망자 1000명 넘어
'이란 배후설' 솔솔…사우디·이스라엘 관계 복원 노력 미국에 '불만'
극우성향 인사 네타냐후 총리 책임론 "유대인 정착촌 확대 밀어붙여"
방심위 팀장 집단 반발에 경향 "가짜뉴스 규제 폭주 동의 못하는 것"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이스라엘판 9·11테러”, “중동판 진주만 공습.”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대한 아침신문 표현이다. 기습 다음날(8일) 이스라엘이 전쟁 개시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전과 다른 수준의 '신중동전쟁'이 예고된다. 이미 민간인을 포함해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상황. 이스라엘 민간인이 인질로 끌려가기도 했다. 9일 아침신문은 '유가 상승', '북한 도발' 등 한국에 미칠 영향도 우려했다.
하마스는 7일 오전 6시30분 이스라엘 남부에 로켓 5000발 이상을 발사했다.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세웠던 분리장벽을 부수고 이스라엘 곳곳으로 침투해 민간인 총격을 가하고 인질 최소 100명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특히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축제 행사장 주변에선 무려 260구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8일 오전 5시 기준 700명을, 이스라엘 집중 공습이 이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도 400명을 넘었다. 아동과 청소년도 다수 포함돼 있다. 부상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2100명, 가자지구 2300명이 부상자로 보고돼 양측 부상자 합계는 4400명에 달한다.
육해공 뚫린 이스라엘… 갈등 기름 부은 네타냐후 총리
9개 아침신문이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충격적인 전쟁 소식을 전했다. “新중동전쟁 확전 우려”(조선), “50년만에 신중동전 악몽”(중앙), “이스라엘판 9·11”(동아), “또 터진 화약고”(국민), “불타는 중동”(한겨레) 등 표현이 나왔다.
하마스는 이번 이스라엘 기습을 '알아크사 홍수'라고 표현했다. 최소 300명의 병력이 픽업트럭·오토바이, 수상정, 패러글라이더 등 육·해·공으로 침투에 성공하자 이스라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 '모사드' 등의 시스템이 무용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는 2면에 <정보전 참패 모사드의 굴욕… 철벽 '아이언돔'도 속수무책> 기사를 냈다.
경향신문은 다른 국가의 가담 가능성을 우려했다. 3면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하마스가 다른 아랍 국가들에도 봉기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실제로 어디까지 응답할지가 관건이다. 당장 이스라엘과 앙숙인 이란의 직접적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동참하면서 전쟁 개입에 나섰다”고 했다.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란이 언급된다. 오랫동안 하마스를 지원했을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을 통해 친미 진영을 복구하려는 미국 외교에 가장 큰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3면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막으려는 도발…이란 배후설에 미국 당혹>기사에서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2020년 아브라함 협정으로 아랍 형제국들이 줄줄이 이스라엘과 수교할 때 팔레스타인은 고립무원이었다. 여기에 아랍 이슬람권의 맏형 격인 사우디마저 이스라엘과 손을 잡으면 팔레스타인의 존립 기반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판을 흔들기 위한 도발을 한 셈”이라고 했다. 이어 “이란은 내심 반가울 것이다. 일단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회복을 막아내는 효과가 크다. 하마스의 후견국이자 반서구 저항의 담론을 이끄는 이란의 소프트파워를 내세울 수 있다. 이란 배후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극우 성향 인사로 꼽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책임론도 나온다.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대내외적으로 갈등을 심화시키는 식의 정치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에 진입하고 있다”며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한겨레는 <네타냐후 극우연정 폭주, 갈등·분쟁 악순환 기름부었다> 기사에서 “안으로는 사법 개편 추진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밖으로는 정착촌 확대와 동예루살렘 지배권 강화 시도로 인해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키우고 있다. 극우 연정의 폭주로 사회가 혼란해진 틈을 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례 없는 대규모 무력 공격을 가한 모양새”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지난해 12월 출범한 극우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지난 1년간 요르단강 서안 등에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밀어붙여 팔레스타인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판을 샀다. 팔레스타인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경고가 현실이 된 것”이라고 했다.
'유가 상승', '북한 도발' 등은 한국이 전쟁 영향으로 우려할 만한 내용이다. 매일경제는 4면 <주춤하던 유가 또 치솟나…중동 수입 20%나 늘린 한국 '불안'> 기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하루 만에 전면전으로 불붙기 시작하며 최근 주춤하던 국제 유가가 재차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우크라이나발 에너지가격 상승을 견뎌왔던 유럽에 또 한 차례 유가 상승이 온다면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불시에 당한 '중동판 진주만 공습', 전쟁은 예고 없이 닥쳐온다>에서 “이번 사태는 유가 급등과 세계 경제 불안을 초래하고 우리 안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며 “이스라엘 사태는 전쟁은 언제든지 예고 없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느 때보다 호전적인 북한이 하마스처럼 동시에 수천 발의 로켓포탄을 휴전선 너머로 쏘아 올리고 백령도 점령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터무니없다고 배제할 수 있나.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과 북한군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며 유사시 북한군 포탄이 단 한 발도 우리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만한 태세를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한겨레 “방글라데시 가짜뉴스법 이후 수많은 언론인 구금”
정의가 불분명한 이른바 '가짜뉴스'를 규제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경향신문, 한겨레가 비판 칼럼, 사설을 연이어 냈다.
경향신문은 사설 <내부 직원들도 동의 못하는 방심위의 '가짜뉴스' 규제>을 냈다. 경향신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팀장 11명이 위원회의 '가짜뉴스 규제'가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집단으로 밝힌 것을 놓고 “방심위 팀장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2008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방심위의 '가짜뉴스 규제' 폭주에 내부 구성원들조차 동의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 방통심의위 팀장 집단 반발 “가짜뉴스 심의대책 일방적 의사결정 지양해야"]
경향신문은 “정부가 걸핏하면 되뇌는 '가짜뉴스'는 그 기준조차 정립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 심의기준 확립을 위한 정책 및 제도 개선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자고 팀장들이 요구한 것은 형체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은 대상을 심의해야 하는 실무적인 고충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방심위의 주축이나 다름없는 팀장의 절반 가까이가 가짜뉴스 규제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은 예삿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도 <가짜뉴스 빌미로 디지털 기업 누르기> 칼럼을 냈다. '가짜뉴스를 잡겠다'며 만든 방글라데시의 '디지털 보안법'(Digital Security Act)을 놓고 한겨레는 “체포영장 없이도 혐의가 있는 사람을 체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 법의 제정 이후 수많은 언론인들이 구금됐다. 방글라데시 경찰이 체포 현황을 밝힌 적이 있다. 2020년 첫 5개월 동안에만 403건의 사건이 접수되고 353명이 체포됐단다. 지난 3월29일 새벽에도 방글라데시의 식량 가격 상승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일간지 기자가 구속됐다”고 했다.
한겨레는 “'가짜뉴스'를 빌미로 디지털 공간을 감시·억압·통제하려는 시도는 디지털 시대 언론 통제의 '교과서적'인 방법이다. 교과서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한 이들은 결코 이 방법을 놓치지 않는다. 지난 8월2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한 뒤 한달여 동안 정부는 매일같이 새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그 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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