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은 못말려 "노트북 있는곳이 사무실, 업무방식 변화없을것"[일문일답]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잦은 출국으로 인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자신의 방식을 고수할 것임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9일 오전 10시 클린스만 감독의 10월 A매치 소집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일, 10월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축구대표팀 친선경기 홈 2연전에 나설 남자 A대표팀 24명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 9월 A대표팀 명단 발표도 보도자료로 대신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또 다시 기자회견도 없이 A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 발표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명단에는 지난 9월 유럽 원정에 소집된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황희찬(울버햄튼), 조규성(미트윌란) 등 주축 멤버들이 그대로 이름을 올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설영우(울산현대),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KAA 헨트)도 10월 A매치에 합류한다.
그밖에 지난 6월 엘살바도르와 경기 중 안면 부상을 당한 김진수(전북현대)가 3개월 만에 대표팀에 돌아왔고 김태환(울산현대)도 6개월 만에 다시 부름을 받게 되었다.
지난달 유럽 원정에서 최초 발탁된 이순민(광주FC)과 신예 골키퍼 김준홍(김천상무)은 이번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대표팀은 9일 오후 2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되며, 13일 튀니지(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17일 베트남(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은 잦은 출국과 해외 방송 출연 등을 하며 '대표팀 감독직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이날 "내가 노트북을 들고 있는 곳이 사무실이다. 앞으로도 업무 방식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하 클린스만 감독 기자회견 일문일답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축하했는데, 어떤 선수가 가장 인상 깊었나
연령별 대표팀 경기를 상당히 많이 봤다. 이번 아시안게임도 A대표팀 명단에 있는 선수들 위주로 관찰했다. 또한 한국 축구에 대해 많은 이해를 했다 7개월 동안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소집은 4번째다. 대한축구협회와 계약하기 전에는 선수들의 병역 의무에 대해 잘 몰랐다. 선수들과 함께 지내며 해당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음을 느꼈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내년 1월 있을 아시안컵이 기대된다. 시간이 많지 않기에 최선의 명단을 짜겠다.
-손흥민, 김민재 등 해외파 선수들의 몸 상태가 우려되는데
해외파 선수들의 피로가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손흥민은 유럽대항전을 치르지 않아 지난 시즌보다는 피로가 덜할 것이다. 대표팀은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다. 국민들 앞에서 뛴다는 사실 만으로도 영광일 것이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훈련량을 조절하겠지만, 모두가 90분을 다 뛰고 싶어 할 것이다. 이제 아시안컵에 초점을 둔다. 11월 월드컵 예선이 끝나면 아시안컵이 열리는 카타르에 가서 성적을 내야 한다. 해외파 선수들은 장거리 이동에 익숙할 것이다. 내가 선수로 뛸 때 경험을 생각하면, 선수들에게 대표팀 소집은 연휴 같을 것이다. 모두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사타구니가 좋지 않고, 김민재는 주말에 풀타임을 뛰었는데
선수들의 건강이 최우선이다. 선수, 소속팀 감독과도 소통해야 한다. 나 역시 포스테코글루 감독만큼 손흥민의 건강을 바란다. 해외출장을 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해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몸 상태를 알아보고 훈련량을 조절할 것이다.
-정우영이 아시안게임에서 7경기 8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축하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뮌헨), 정우영(슈튜트가르트) 등 내 후배들 얘기가 계속되고 있다(웃음). 정우영이 지난 시즌 프라이부르크에서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다. 올 시즌 슈튜트가르트 이적은 좋은 일이 됐다. 팀도 좋은 행보를 보이고, 정우영에 대한 좋은 얘기도 많이 들린다. 아시안게임 득점왕 폼을 대표팀에서도 이어가길 바란다. 정우영 덕에 독일 현지에서도 한국의 병역에 대해 알 게 됐다. 정우영이 큰 역할을 했다.
-대표팀의 발전된 부분, 아시안컵까지 발전시켜야 할 부분은
코칭스태프 전원에게 지금까지의 7개월은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3월에는 카타르 월드컵에 다녀온 선수들 위주로 명단을 꾸려 콜롬비아, 우루과이를 대상으로 좋은 경기를 했다. 시즌 휴식기였던 6월에는 손흥민, 김민재에게 부상 문제가 있었다. 또한 세트피스 실점도 많았다. 이를 통해 많이 배웠다. 항상 원하는 상대와 겨룰 수 없지만 다양한 팀을 상대로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중요하다. 이번에 만날 튀니지는 일본과 프랑스를 꺾은 강팀이다. 이 평가전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가 아시안컵으로 가는 길에 있어 중요하다. 차두리 코치와도 이에 대해 얘기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선수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과 이 믿음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실수도 있었지만 많은 것을 배워 지금은 편안한 상태다. 팬, 언론 등 모두가 믿어준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9월 포함 잦은 출국으로 인해 논란이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여론, 팬 분들의 걱정과 우려를 듣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팀 감독의 업무 방식과 한국 팬, 언론의 생각이 다르다. 대표팀 감독은 국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항상 바쁘게 일하고 있다. 내가 팀에 얼마나 열심히 쏟아붓는지 알고 있다. 성적에 때한 책임감도 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많은 K리그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한국에 없을 때도 대표팀 선수들이 뛰는 많은 경기를 본다. 앞으로도 업무 방식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대표팀은 국제경기를 치른다. 리그에 속한 감독과 대표팀 감독은 다르다. 이번 상대인 튀니지에는 유럽 리그 소속 선수가 많다. 이런 점에서 외국을 돌아다니며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K리그 감독이면 계속해서 광주, 포항 등을 돌아다니며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북 현대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해외에 나가 분석을 한다면, 이는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대표팀에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다. 유럽에 사무실을 차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럽파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노트북을 들고 있는 곳이 사무실이다.
-이 시점에서 아시안컵 라인업은 어느 정도 구성됐나
아시안게임 까지 3개월 정도 남았다.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린 상태다. 대회에 가까워질수록 지속성과 연속성이 중요하다. 뼈대가 되는 8~10명의 선수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건강하게 함께 가길 바란다. 하지만 대표팀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 정우영처럼 다시 본인을 증명한 선수가 좋은 사례다.
-기량이 떨어졌음에도 고정적으로 소집되는 선수가 있는데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연속성과 지속성이 필요하다. 물론 새로운 선수들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 그래도 현재는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가져가야 하는 시기다.
-미국으로 출국해 ESPN 등 방송사 패널로 나서고, 리오넬 메시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대표팀 감독직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여론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의 축구 토크쇼에서도 초대해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축구 방송으로 현대 축구에 대한 변화와 흐름에 대해 얘기한다. ESPN 외에도 여러 언론사와 얘기를 나누지만, 이것은 내 업무가 아니고 편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국제적인 흐름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에 있거나, 이강인과 커피 한 잔 하고 있을 때 한국 축구 토크쇼에서 연락이 와도 언제든 환영이다. 나에 대해 얼마나 아시는지 모르겠다. 어린이 재단을 6개 운영하고 있다.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은 내게 행복이다. 한국어 공부도 계속해서 하고 있다. 패널 활동, 미디어 간담회를 하면서도 계속 배우고 있다. 절대 은퇴하지 않고 힘이 닿는 곳까지 베풀고 도울 것이다. 아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축구를 업이 아닌 행복으로 생각해왔다.
-아시안컵 최대 라이벌로 보이는 일본이 독일도 꺾는 등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 관계는 내가 미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미국과 멕시코를 보는 듯하다. 당시 멕시코가 미국보다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강한 상대와의 단두대 매치는 양 팀의 실력 차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맞대결을 하면서 멕시코가 미국을 동등한 경쟁자로 생각했다. 미국 대표팀 부임 당시 독일과 3번 싸워 2번 이겼다. 라이벌을 이기며 팀 안에서 끈끈한 분위기가 생겼다. 일본과도 아시안컵 결승에서 만나길 바란다. 한국도 일본 만큼이나 세계적이고 훌륭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리는 양국 축구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이강인 활용 방안은
촤대한 많은 시간을 줄 생각이다. 최근에 파리 생제르맹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얘기를 나눴다. 이강인의 PSG 이적은 팬들 입장에서는 행복한 일이지만, 이강인이 완전한 주전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출전 시간에 목 말라있을 이강인을 돕고 싶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는 3연속 금메달을 따낸 반면 아시안컵에서는 1960년 이후로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두 대회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아시안게임은 연령, 병역 관련한 영향이 있다. 반면 아시안컵은 A대표팀 무대다. 그래도 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시안컵도 우승한 뒤 또 얘기를 나눌 수 있길 희망한다.
-앞으로의 대표팀 구성에 대해서는
대표팀 명단을 구성할 때 해외파와 국내파를 구별할 수밖에 없지만 분명 공존한다. 많은 경기를 보며 다음 월드컵 명단까지 대략적으로 구상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월드컵과 월드컵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장, 연령별 대표팀 선수들도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메시처럼 오랜 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이른 나이에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선수도 있다. 모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 팀과 연습 경기를 하면서 보석 같은 선수를 찾은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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