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률 90% 자랑하더니”···하마스 공격에 무용지물 ‘아이언돔’, 왜?[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3. 10. 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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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발 동시공격, 요격 능력 벗어나
기습에 관제센터 ‘우왕좌왕’ 가능성
“北 대칭전력·기습 대비책 보완해야”
지난 5월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이 이스라엘 남부 도시 스데로트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에 요격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 7일(현지 시간) 새벽 유대교 명절을 노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새벽 기습 공격이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성공하면서 이스라엘 본토가 사상 초유의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Iron Dome)’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무용지물이었다. 하마스가 요격률 90%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방어시스템인 ‘아이언돔’을 어떻게 뚫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오전 11시 기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인한 사상자는 4200명이 넘는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는 최소 300명이 숨지고 1864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어진 가자지구에서도 사상자 수가 2000명(사망자 256명, 부상자 1788명)이 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인도 힌두스탄타임스 등의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하마스는 이번 공격에서 수천발의 로켓포를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발발 50주년 하루 후 발생했다. 하마스 측은 ‘알 아크사 홍수’(Al Aqsa Flood)로 명명한 이번 작전을 통해 이스라엘에 로켓 5000발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2200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분명한 건 정확한 숫자를 떠나 짧은 시간 동안 대규모로 이뤄진 하마스의 로켓 폭격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전방위 공격에 대비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패러글라이더 타고 국경 넘은 무장대원

특히 하마스는 대대적인 기습 폭격으로 이스라엘 군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가자지구 남쪽 국경의 이스라엘 마을로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탄 하마스 전투대원들을 침투시켰다. 전동 패러글라이더는 좌석과 모터, 파라포일(공기가 들어있는 풍선같은 부분)로 구성된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 게시된 동영상에는 여러 명의 하마스 전투원들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로 이스라엘 국경 장벽 위로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 대원들은 북쪽과 동쪽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가자 지구로 육상 진입하기도 했다.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은 픽업트럭, 오토바이, 모터보트 등을 이용해 북쪽과 동쪽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내 20여 개 마을과 군기지에 침투했다. 이처럼 하마스는 무장대원들을 이스라엘 남부로 다양한 방법으로 육지, 해상, 공중을 모두 이용했다. 특히 공중 침투의 경우 패러글라이더까지 동원했다.

이스라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연합뉴스

이스라엘 방어 시스템의 핵심 중 하나인 ‘아이언 돔’은 가자 지구에서 발사되는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도록 설계돼 있다. 2006년 레바논의 무장 세력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해 막대한 피해가 나자 '교훈'을 얻어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스템 필요성을 깨달은 게 배경이다. 이스라엘 기업이 미국의 일부 지원을 받아 시스템을 개발했고 현존하는 방어 시스템 중 가장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3월 가자 지구에서 약 40㎞ 떨어진 베르셰바 지역에 처음 설치됐다. 이스라엘은 2021년 기준 전국에 10개의 포대를 배치했고, 각 포대에는 20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3∼4대의 발사대가 설치됐다. 각 포대에는 적의 포격을 감지하고 식별하는 레이더가 장착돼 있고, 이 정보는 통제 센터로 전송돼 궤적을 분석하고 충돌 지점을 계산한다.

다만 여기엔 비용 문제이 있다. 하마스의 초보적인 미사일이 수백 달러가량이지만,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은 발사할 때마다 약 5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

아이언 돔을 설계한 업체에 따르면 아이언 돔의 요격률은 평균 90%다. 지난 5월 이스라엘군은 아이언 돔의 요격률이 95.6%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홍수’ 같은 로켓포 5000여 발에 곳곳 뚫려

그러나 철통 방어를 자랑하는 아이언 돔도 수천발의 로켓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이번에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약 500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방어 시스템이 실패하길 바라면서 동시에 많은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포화 상태가 아이언 돔의 방어 실패에 핵심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이 많을수록 방공망이 뚫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아이언 돔을 통제하는 관제 센터가 혼돈에 빠져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관제 센터 역시 하마스 공격 범위 내에 들어가 있는 만큼 센터 요원들도 자기 보호 본능에 따라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소셜미디어에서는 하마스가 아이언돔의 인프라를 직접 표적으로 삼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의해 건물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EPA연합뉴스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겼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이번 사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과 기술력을 자랑해온 모사드(해외 첩보), 신베트(국내 첩보)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대한 책임론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대교 안식일 새벽을 기해 수천 발의 로켓포 세례를 퍼붓는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가자지구로 침투하기까지 모사드 등은 아무런 낌새를 채지 못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기만정보나 역정보 공작에 이스라엘이 당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적의 대규모 도발 징후를 놓친 정보전의 실패가 주요 패착이라는 의미다.

이스라엘 정보당국 오판도 한몫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이스라엘 현지 일간 하레츠를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지난주 하마스가 전면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보도했다. 하레츠에 따르면 지난주 보안 당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본격적인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한다”, “하마스는 가자 주민의 삶을 개선한 과거의 성과를 위태롭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스라엘 군 당국자들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전직 미국 고위 관리이자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분석가인 조너선 파니코프는 “이것은 정보 실패로,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이것은 안보 실패이며,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해 공격적이고 성공적인 다층적 접근 방식을 취했다는 믿음을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력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CNN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기습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평한 이유다. 이 매체는 조만간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이 이번 사태에서 중요 정보를 왜 놓쳤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우리 군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휴전선 인근에 장사정포 1000여 문을 배치한 북한은 시간당 1만여 발의 포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 또 레이더 포착이 힘든 수백 대의 저고도 침투용 AN-2기, 대규모 특수전부대, 각종 무인기까지 보유한 북한의 비대칭·기습전 능력은 하마스보다 몇 배 우위로 평가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 사례를 반면교사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도발 대비책에 대한 재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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