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입은 20만원대 후드티, 알리선 2만원에...'짝퉁천국' 제재 힘든 이유

정인지 기자 2023. 10. 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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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알리發 짝퉁의 습격]②
[편집자주]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의 공습이 거세다. 알리익스프레스, 타오바오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한 직접 구매(직구) 규모는 올 상반기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2조원 돌파는 시간 문제다. 중국 직구의 급증 이면엔 짝퉁의 유통 문제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짝퉁'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짝퉁이 국내에 반입된 이후 적발하는 것 뿐이다. 알리발 짝퉁 유통 실태를 짚어보고 우리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봤다.

IAB STUDIO 디자이너 김한준의 인스타그램 캡쳐(좌)와 알리익스프레스 캡쳐
중국 직구 규모가 커지면서 짝퉁 판매도 심각해지고 있다. 명품 뿐만 아니라 게임기 등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가품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국내 e커머스들은 짝퉁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자체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 기업이다보니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찌,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를 검색하면 이를 모방한 티셔츠, 시계, 허리띠 등의 패션잡화가 뜬다.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상표를 다르게 한 제품들도 많다. 샤넬은 CAHEL, GUCCI는 GXD, 코치는 COMAH, 마이클코어스는 MKJ 등이다. 가격은 2만원에서 14만원까지 다양하다.

국내 패션 브랜드를 따라 한 제품들은 보다 당당하다. 래퍼 빈지노가 만든 패션 브랜드인 IAB STUDIO 후드티는 국내에서는 20만원대지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입어 화제가 되기도 한 IAB STUDIO는 올 1~8월 가장 많이 적발된 위조 상품 브랜드(총 9386점)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국내 브랜드인 아이더, 디스커버리, 빈폴, 헤지스 등이 로고를 바꾸지 않은 채 2만원대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짝퉁 문제는 브랜드가 판매자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데, 해외 플랫폼에 행정적으로 대항하려면 비용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브랜드야 단속할 여력이 있겠지만 국내 브랜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단 패션에 그치지 않는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는 게임스테이션5라는 이름으로 약 2만6000원에 팔린다. 국내 공식 스토어에서 팔리는 가격은 약 55만원이다. GS5의 크기는 PS5의 약 4분의 1수준으로 PS5의 게임칩을 사용할 수는 없다. 설명에는 게임이 내장돼 있다고 적혀있다. 60만~70만원대 다이슨 에어랩도 3만원에, 40만~50만원대 헤어드라이어는 1만3000원에 팔리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화 노력이 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침해 상품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특수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했다"며 "셀러가 제품을 올릴 때부터 가품 및 IP(지적재산권) 침범 여부를 1차 필터링하고 이후 위반의 심각성에 따라 스토어의 계정 폐쇄 등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8월 공개한 '국제거래 소비자 이용 및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 거래 사이트 중 가장 많이 이용하지만 피해 경험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해외 직접구매 경험자 221명에게 최근 1년 이내 가장 많이 이용한 온라인 쇼핑몰(단수응답)을 질문한 결과 알리익스프레스로 응답한 사람은 63명(28.5%)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 경험도 알리익스프레스가 31명으로 1위였다. 가장 큰 피해 이유는 '주문제품과 다른 제품 수령'(26명, 51.0%)이었다. 구매자 중에는 짝퉁인 걸 알면서도 사는 소비자들도 많아 불만을 표시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e커머스들도 오픈 마켓의 경우 전자상거래법상 제품 하자에 대한 법적 책임은 거의 없지만 각자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짝퉁 방지를 위한 자체 규정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짝퉁 판매 시 플랫폼에도 책임을 묻는 법안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이런 법이 생기더라도 해외 기업에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이 쉬워 제재하더라도 또 다른 짝퉁 판매 업체가 입점할 수 있다"며 "플랫폼이 짝퉁을 100% 걸러내긴 힘들지만 사회적 책임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해외 기업과 법적 역차별까지 받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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