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벌써 3번째 대회 취소인데…내년은 더 흉흉, 회장님 대책은 마련하셨습니까[SC시선]
[여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8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선 KPGA(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가 펼쳐졌다.
함정우가 이날 1타를 줄여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정상에 올랐다.
2021년 이 대회 우승 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함정우는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되찾으며 상금 2억5000만원을 받았다. KPGA 투어 통산 세번째 우승.
함정우와 함께 우승 경쟁을 펼친 선수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황금 주말 연휴를 맞아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의 성원에 보답하고 팬서비스에 동참하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하지만 KPGA나 선수들 모두 마냥 웃을 수는 없는 날이었다. 전날 전해진 대회 취소 소식 때문.
KPGA는 7일 메뉴톡 코스모스링스 취소를 발표했다. 오는 19일부터 전남 영암 코스모스링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 하지만, 코스 상태가 대회를 치를 수 없어 취소하기로 했다는 게 KPGA의 설명이다.
예견됐던 문제였다.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에서도 코스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장맛비로 인해 36홀 대회로 축소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배수나 잔디 상태 등 정상적인 대회 진행이 어려운 코스 상태라는 말이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는 마무리 됐으나, 당시 KPGA 내부에서도 코스 문제, 대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에도 잔디 상태가 복구 되지 않으면서 결국 메뉴톡 오픈까지 취소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KPGA 관계자는 "골프장 측에서 보식한 페어웨이 잔디가 최근 내린 비로 부패했다고 하더라. 현장 실사 결과 도저히 대회를 치르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올해 대회를 치르지 못한 만큼, 내년에 같은 장소에서 치를 수 있도록 넘긴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회 취소에 관한 위약 규정에 대해선 "장소를 제공하는 쪽에 대한 위약 규정은 없다"며 "대회 진행 중이 아닌 개최 전 취소고, 선수회 등 논의를 거쳐 취소한 상황이다. 올해는 시즌 막바지라 보수해서 대회를 다시 치를 시간이 없다. 빨리 일정을 잡아 내년 초로 넘기든지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양적 성장에 중점을 둔 나머지 관련 규정 면에서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 연말 총회를 통해 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PGA 코리안투어가 취소된 것은 올해로 세 번째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2일까지 개최하기로 했던 대회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취소됐다.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아일랜드 리조트 더 헤븐 오픈'은 주최사 사정으로 개최가 불발됐다. 이런 가운데 또 하나의 대회가 불발됐다.
대회 취소는 협회 회원인 선수들의 생업과 직결된 문제다.
대회 수가 줄면 상금 획득 기회는 물론 시드 유지를 위한 포인트 획득 기회도 사라진다. 특히 대회 개최 2주를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취소가 발표된 이번 대회의 경우, 일정에 맞춰 준비해 온 선수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협회 수장인 KPGA 회장이 백방으로 뛰어 다니며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
KPGA 구자철 회장은 이날 페럼클럽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종라운드 1번홀 티박스 옆 펜스에 걸터 선 그는 출발을 앞둔 선수들과 가벼운 농담을 나누며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구 회장은 임기 3년차를 마친 지난해 "2023 시즌 KPGA 코리안투어는 25개 대회 개최가 목표다. 기대해도 좋다"고 호언장담 했다. 지난 2월 올해 총상금 규모 250억원 규모로 25개 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 '역대 최대급'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구 회장의 약속과 달리 3개 대회가 취소됐고, 대체 방안은 아직 마련된 것이 없다. 올해 KPGA 코리안투어 대회 숫자는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32개)보다 무려 10개나 적다.
KPGA 코리안투어의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대형 스폰서사의 철수 움직임 등 흉흉한 소문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KPGA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KPGA 입회비 및 회원비를 내고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회장이 팔을 걷어붙여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할 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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