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에버랜드 맞아?" '비밀의 장소'에 숨겨진 '비타민 캠프' 가봤더니
2014년 시작해 10년간 1만명 찾아
대상자 서비스업 중심에서 제조, IT, 금융 등 모든 산업군으로 확대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어떨 때 가장 행복하고, 불행한지 생각해 보고 각각 3가지씩 적어보세요"
빠르게 종이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펜은 한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의 행복과 불행에 대한 고민을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에버랜드 '비타민 캠프'는 이처럼 그 동안 내가 모르고 있던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근로자 감정관리 프로그램이다.
지난 7일 비타민 캠프에 참여해 정신 건강 교육과 명상, 요가, 산책 등 '공감-비움-채움-키움'의 4단계로 이뤄진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1~2일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비타민 캠프는 에버랜드 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비밀의 숲'에서 진행된다. 이곳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신기한 곳이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는 국내를 대표하는 놀이동산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지난 10년 간 근로자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비밀의 공간' 함께 운영해 왔다.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은 광활한 자연 환경 속에서 근로자들이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감정 관리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하는 비타민 캠프를 지난 2014년부터 운영해 지금까지 다녀간 인원만 1만명을 넘어선다.
비타민 캠프는 지금까지 서비스직으로 교육을 한정했었다면, 1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는 이를 모든 산업군으로 넓혀 운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근로자들의 번아웃, 불안, 우울증 등이 급증함에 따라 마음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됐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올해는 벌써 2000여명이 교육을 마쳤다.
비타민 캠프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삼성물산이 자체 개발한 감정 진단 툴 'EMS(Emotional Management Scale)'를 통해 현재 자신의 감정 상태를 확인하고 진단 결과에 따른 맞춤 처방으로 스트레스의 원인과 해답을 찾아 본다.
먼저 '공감' 과정에선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동료나 다른 참가자들과 공유하면서 나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비움' 과정에선 에버랜드, 포레스트 캠프 등 자연 속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사진을 찍거나, 산책, 트레킹, 명상, 요가 활동을 하며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
이어서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호흡법과 스트레칭, 향기 테라피 등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움'의 시간을 갖고, 끝으로 반려식물이나 포베어라는 인형 등을 통해 일상 생활로 돌아가서도 긍정적인 감정을 지속, 강화해 나가는 '키움' 방법을 익히게 된다.
특히 포레스트 캠프는 에버랜드가 반세기 가까이 가꿔 온 명품 숲으로 34만여 그루 나무와 초화류가 사계절 최고의 자태를 뽐내 '숲멍'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올해에는 자연 체험을 더욱 강화하고자 편백나무와 통유리가 어우러진 특수 시설인 '포레스트 돔' 시설을 설치해 새, 바람, 물소리 등을 듣고 하늘을 바라보며 명상, 스트레칭을 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최근 비타민 캠프에 참여한 금융사 직원은 "아무리 쉬어도 피곤만 쌓여 갔는데 아무 걱정없이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포베어(곰인형)를 집에 데려가 힘들 때마다 품에 안고 지금의 감정을 기억하며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IT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프로그램 개발자는 "나 혼자만의 고민인 줄 알고 열등감에 빠져 있었는데 다른 동료들도 비슷한 고민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마음의 짐이 사라진 느낌이다"라며 "동료들과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큰 힘을 얻게 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삼성물산 경험혁신 아카데미 이유리 그룹장(심리학 박사)은 "서비스업 뿐만 아니라 모든 근로자들의 마음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전국민의 비타민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에버랜드와 포레스트 캠프 등 인프라를 활용해 어린이 대상 창의융합교육 '이큐브 스쿨'을 추가 개발하고 있다.
에버랜드 대표 체험 교육인 동물·식물 아카데미 뿐만 아니라 생명과학, 수학, 물리 등의 교과 과정과 연계해 직접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어 미래 세대의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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