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170㎝ 혈관까지 재현한 리얼돌…“이만큼 수입됐다”

김채현 2023. 10. 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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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통관 허용 이후 1000건 수입
전신형 270건, 신체 일부형 735건
업체 “죽부인처럼 외로움 해소용”
여성계 “남성 판타지 맞춰 생산 문제”
관세청이 신체 일부를 묘사한 제품을 시작으로 리얼돌 통관을 허용한 이후 총 1000건이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DB

관세청이 신체 일부를 묘사한 제품을 시작으로 리얼돌 통관을 허용한 이후 총 1000건 이상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신형 제품이 270건, 신체 일부형 제품이 735건이었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리얼돌 통관을 허용하는 지침이 시행된 지난해 6월 이후 리얼돌 수입 건수는 1005건이었다.

관세청은 리얼돌을 음란물로 보고 관세법에 따라 통관을 보류해왔으나, 법원의 통관 허용 결정이 내려지면서 일부 품목에 한해 통관을 허가했다.

대법원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을 위법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전신형 리얼돌도 통관이 허용됐다. 반신형을 따로 수입해 합친 뒤 전신형으로 유통할 수 있다는 지적 등에 따른 것이다.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 보관된 리얼돌 상품들. 뉴스1

서영교 “미성년 리얼돌 기준 및 수입 금지 규정 만들어야”

미성년 리얼돌 통관보류 취소 소송에서는 관세청이 승소한 점, 미국·영국·호주 등에서 미성년 형상 리얼돌에 대해 규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미성년 리얼돌에 대한 수입은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실제 전신 리얼돌을 판매하는 경기도의 한 매장에는 키 148㎝가량의 사이즈부터 170㎝가 훌쩍 넘는 리얼돌까지 판매 중이다. 이곳에 전시된 리얼돌은 100만원대부터 표면에 푸르른 혈관까지 비쳐 보이는 700만원대 고가 제품도 있다.

서영교 의원은 “관세청의 ‘리얼돌 수입통관 기준 지침’에는 아동·청소년 형상에 대한 명백한 기준이 없고 해외와 달리 미성년 리얼돌 수입·판매·운송 등에 관한 처벌 규정도 없는 실정”이라며 “미성년 형상에 대한 명백한 기준과 미성년 리얼돌 제작·수입·유통 등을 금지하는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의 자유”vs“여성 성적대상화”

리얼돌에 대한 국내 여론은 여전히 “개인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물품이다”는 주장으로 나뉜다.

리얼돌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국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의 행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단체 및 여성계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 및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근거로 이를 반대한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는 리얼돌이 “여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성범죄를 사소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연대는 입장문에서 “리얼돌은 단순 사적 영역이 아니라 산업의 영역이며 여성 신체 훼손의 문제”라며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물로 만드는 리얼돌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을 무시한 처사이며 정부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얼돌이 전시된 모습. 연합뉴스

전국연대 “리얼돌, 남성의 ‘강간 판타지’ 충족”

전국연대는 “리얼돌은 여성 인간의 몸·신체를 성 기구화하는 것이며 거래 가능한 몸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킨다”며 “리얼돌의 판매와 사용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실제 남성의 강간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각본에 충실하게 짜여져 있다. 포르노적 각본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국가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며 “리얼돌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성범죄를 사소화하며 여성들의 안전을 저해한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귀를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계는 아동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왜곡된 성 관념을 갖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아동의 신체나 특정 인물로 구현해선 안 된다는 것은 아동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왜곡된 성적 관념, 또는 대상화 가능성 때문인데 성인 여성의 신체가 그렇게 보이는 것은 괜찮은가”라고 되물었다.

또 “리얼돌의 음란 여부와 아동 보호라는 차원을 넘어 여성 신체에 대한 성적 대상화로 프레임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리 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는 “‘미성년 리얼돌’에 대한 대법원 판결 당시 판결에 적힌 ‘미성년’이라는 단어를 ‘여성’으로 바꿨을 때 특별히 다른 부분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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