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AG 현장결산③]5년만 등장한 북한 선수단 키워드는 '폐쇄성-폭력성-이중성', 그리고 여전한 응원단

윤진만 2023. 10. 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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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아시안게임 현장에서 목격한 북한 선수단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출전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 때보다도 마음의 문이 더 굳게 닫혀있었다.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인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달라진 북한'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혼자만의 세상을 사는 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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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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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항저우아시안게임 현장에서 목격한 북한 선수단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출전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 때보다도 마음의 문이 더 굳게 닫혀있었다.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인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달라진 북한'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혼자만의 세상을 사는 팀 같았다.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구기종목과 투기종목 등을 불문하고 경기를 마친 북한 선수단 중에서 국내 취재진의 물음에 응답하거나 대화를 나눈 선수는 손에 꼽았다. 대부분은 승패와 상관없이 고개를 푹 숙이거나 빠른 걸음으로 팀 버스에 올라 경기장을 떠났다. 한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는 한국말을 하는 국내 취재진이 신기한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그 역시도 입을 열지는 않았다. '버스 이동, 경기 출전, 버스 이동, 경기 출전' 일상을 반복했다. 대회 후반부에 그마저 공식 의무인 기자회견에도 참석하는 않는 일이 발생했다. 여자 농구 대표팀과 복싱 금메달리스트 방철미가 돌연 불참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국가명 호칭에 과민반응을 보였다. 9월29일 남북 여자 농구 경기에서 북한 대표팀 관계자는 남북 단일팀 가능성을 묻는 질문 중에 '북한'이라는 호칭이 나오자 "우린 북한이 아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아시안게임에선 모든 국가명을 정확하게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뒤인 30일 리유일 여자 대표팀 감독은 한국과 8강전을 마치고 '북한'이라는 표현에 "우린 북측이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시정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질문에)답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런 북한은 대회 기간 중 조선중앙TV와 같은 공식 매체를 통해 한국 명칭을 '괴뢰'라고 표현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조총련 소속 수영 선수 리혜경이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뒤 중국 기자와는 인터뷰를 진행한 것을 미뤄볼 때 상부의 지시에 따라 한국에는 일절 대응하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선수는 한국 선수의 악수 요청도 거부했지만, 북한 역도 김춘희 코치는 여자 76kg급에 참가해 동메달을 딴 김수현에게 '너 잘 될 것 같으니 정신 바짝 차려'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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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캡쳐

대회 중엔 반드시 이기겠다는 강한 투쟁심, 넘치는 승부욕을 드러냈다. 역도 여자 55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의 강현경은 우승 기자회견장에서 "전승 세대가 물려준 조선의 전통은 승리의 전통"이라고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승부욕이 폭력성으로 변질된 케이스도 나왔다. 남자 축구대표팀은 일본과 경기 중 페널티를 선언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을 밀쳤다. 그에 앞서선 한 북한 선수가 일본의 스태프를 주먹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현재 이 사건을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제대회 5년 공백'에도 일정한 성적은 유지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만 6개를 딴 전통적인 강세종목 역도를 앞세워 금메달 11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0개, 총 39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 10위에 올랐다. 지난 자카르타 대회와 순위가 같았다. 이번엔 금메달 1개가 줄었지만, 전체 메달수는 2개가 늘었다. 역도와 레슬링, 여자축구, 탁구, 기계체조에서 강세를 보였고, 대부분 시상대에 오른 건 여자 선수들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인천아시안게임 등에서 큰 화제를 뿌린 '북한 응원단'은 어김없이 현장을 찾아 "조선 이겨라, 조선 이겨라"를 목청껏 외치고 경기 전엔 국가 제창 식순 때는 국가를 합창했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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