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읽혔나? '8타자 상대 6실점' 커쇼는 왜 가을야구에 약한가[스조산책 MLB]

노재형 2023. 10. 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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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1회초 6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러가고 있다. UPI연합뉴스
1회 애리조나 가브리엘 모레노에게 3점홈런을 얻어맞고 고개를 숙이는 커쇼.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현역 투수들 가운데 지금까지의 기록으로 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입성 예상자는 4명이다.

나이 순으로 저스틴 벌랜더, 잭 그레인키, 맥스 슈어저, 그리고 클레이튼 커쇼다. 이 가운데 커쇼 만의 특징을 들여다 봤다.

커쇼는 정규시즌 통산 210승92패, 평균자책점(ERA) 2.48, 2944탈삼진, 2712⅔이닝을 마크 중이다. 아무래도 넷 중 메이저리그 경력이 가장 짧으니 승수와 탈삼진, 투구이닝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ERA는 유일한 2점대다. 5번의 ERA 타이틀과 3번의 탈삼진 타이틀, 3번의 다승 타이틀과 같은 개인 부문 수상 경력도 단연 으뜸이고, 사이영상도 3차례나 거머쥐었다.

지금 HOF 기자단 투표를 실시한다면 4면 중 득표율 1,2위를 다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커쇼는 결정적인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바로 포스트시즌이다. 그는 포스트시즌 통산 39경기(선발 32경기)에 등판해 13승13패, ERA 4.49, 213탈삼진, WHIP 1.11을 기록했다. 가을야구 ERA가 4명 가운데 가장 나쁘다. 포스트시즌 통산 ERA는 정규시즌의 그것(2.48)보다 2.01이나 높다. 퀄리티스타트(QS)는 16경기로 딱 절반 뿐이다.

다른 세 투수의 포스트시즌 통산 기록을 보면 벌랜더는 36경기(선발 35경기)에서 17승11패, ERA 3.54, 236탈삼진, QS 17경기, WHIP 1.11, 슈어저는 27경기(선발 22경기)에서 7승7패, ERA 3.58, 164탈삼진, QS 11경기, WHIP 1.12, 그레인키는 22경기(선발 21경기)에서 4승6패, ERA 4.14, 100탈삼진, QS 9경기, WHIP 1.20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 AP연합뉴스

그렇다고 커쇼가 포스트시즌서 마냥 약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는 2경기에 나가 모두 선발승을 거두고 평균자책점 2.31을 올리며 다저스가 32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럼에도 커쇼가 가을야구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굳어진 것은 실패한 경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은 커쇼 일생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경기로 남을 듯하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처음으로 1회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커쇼에게 포스트시즌 1선발을 맡겼다. 영건 파이어볼러 바비 밀러보다는 커쇼의 경륜과 시즌 막판 컨디션을 믿었기 때문이다. 커쇼는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8월 이후 2개월 동안 8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23, WHIP 1.10, 피안타율 0.189를 기록했다.

특히 8경기 모두 5일 이상의 휴식을 취한 뒤 등판했고, 최대 5⅓이닝을 넘기지 않았다. 즉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스태미나도 충분히 비축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8타자를 상대해 아웃카운트 1개만을 잡고 6안타 1볼넷을 내주고 6실점했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첫 아웃카운트를 신고하기 전 5안타로 5실점한 투수는 커쇼가 처음이다. 또 포스트시즌 역사상 아웃카운트 1개 이하를 잡는 동안 6실점 이상을 한 것은 커쇼가 4번째다.

애리조나 알렉 토마스가 1회 에반 롱고리아의 적시타 때 홈으로 쇄도해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로버츠 감독은 "신체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다. 보통 커쇼는 위기를 맞아도 잘 컨트롤하고 극복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운이 나쁘게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고, 포수 윌 스미스는 "올시즌 보여준 구위와 다를 바 없었다"고 밝혔다.

커쇼는 "컨디션은 좋았다. 하지만 충분히 좋은 공을 던지지 못했다. 몸과는 상관없었다. 그냥 투구를 못한 것이었다"고 했다.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부상이라면 아예 등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심리적인 측면에서 찾아야 하는데, 커쇼와 같은 승부사가 '부담감' 때문에 못 던진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메이저리그 지도자 연수를 다녀온 한 인사는 "메이저리그도 쿠세(특정 버릇)를 찾아낸다. 그게 정정당당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정규시즌에서는 거의 하지 않지만, 포스트시즌서는 곧잘 활용하는 팀들이 있다"고 했다. 커쇼가 간파당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날 벌랜더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6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매우 대조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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