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선이 날았다, 허공에 장미 피듯…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객석에서 탄성과 박수가 터졌다. 발레리나 강미선이 무대 위를 통통 달려 머리 높이까지 뛰어오르더니 하늘을 향해 두 팔과 허리를 열어젖혔다. 쭉 뻗은 두 발이 ‘8시10분’을 가리켰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마야 플리세츠카야의 이름을 붙인 ‘플리세츠카야 점프’였다. 희극 발레 <돈키호테>의 1막에 등장하는 상징적 동작이다. 강미선이 붉은 드레스를 입어 점프할 때마다 허공에 장미가 활짝 피어나는 듯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렸다. 세르반테스의 소설에 음악과 안무를 붙인 <돈키호테>는 선술집 주인의 아름다운 딸 ‘키트리’와 가난하지만 유쾌한 이발사 ‘바질’이 주인공인 사랑 이야기이다. 기사 ‘돈키호테’는 두 남녀의 사랑을 이어주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1869년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했다.
기자가 관람한 8일 저녁 마지막 공연에선 강미선이 키트리 역을, 강미선의 실제 남편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바질 역을 맡았다. 강미선은 한국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6월 한국인으로선 다섯 번째로 발레계 최고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이날 강미선은 고난도의 화려한 기교뿐 아니라 활력 넘치는 감정 연기를 보여줘 마흔이란 나이가 무색했다.
이날 관객의 눈길은 강미선에게 집중됐지만 노보셀로프의 기량도 절정에 올라 짝꿍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다른 무용수들과 어지럽게 동선이 섞일 때도 몸이 가벼워 단연 눈에 띄었다. 주로 강미선을 든든하게 떠받치는 연기를 했지만 독무 장면에선 실력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고난도 연속 동작을 펼치면서도 흔들림 없이 날아가듯 무대를 가로질렀다.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식에서 두 남녀가 선보이는 ‘그랑 파드되(2인무)’는 <돈키호테>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힌다. 실제 부부답게 강미선과 노보셀로프의 합은 흠을 잡기 어려웠다. 강미선이 32회 푸에테(회전)를, 노보셀로프가 공중 회전 점프를 펼칠 때는 관객들이 ‘브라보’를 외치며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다. 노보셀로프가 강미선을 한쪽 팔로 들어 올려 지탱하는 ‘리프트’ 동작은 힘과 균형이 놀라웠다.
비극이 많은 발레 장르에서 <돈키호테>는 흔치 않은 희극 발레이다. 고전 발레에 스페인 민속춤 플라멩코를 입힌 ‘캐릭터 댄스’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주연 무용수들의 독무부터 집시, 요정, 투우사의 군무까지 개인의 기량과 전체의 조화를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캐스터네츠와 풍성한 치마를 이용한 발랄하고 정열적인 안무가 많은 볼거리를 선사했다. 발소리를 살리는 플라멩코와 발소리를 죽이는 발레는 상극 같지만 이 작품에서 우아하면서도 힘찬 동작으로 재탄생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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