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마음고생' 심했으면…'눈물' 쏟았던 고우석 "너무 힘듭니다" 하소연까지 했었다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너무 힘듭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대표팀의 '마무리'를 맡았던 고우석은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했다. 고우석은 이번 대회 총 3경기에 등판해 1세이브 평균자책점 6.00의 성적을 남겼다.
고우석의 이번 대회 시작은 썩 좋지 않았다. 고우석은 지난 2일 B조 조별리그 대만과 맞대결, 0-2로 뒤진 8회말 마운드에 오르며 첫 번째 등판을 가졌다. 마무리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지는 상황에서 등판을 가졌던 것은 8회 수비를 무실점으로 마친 뒤 9회 동점 또는 역전을 노려보겠다는 류중일 감독의 계산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당시 고우석은 대만 타선을 상대로 고전했고, 두 점을 내주는 결과를 남겼다. 두 번째 등판부터는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고우석은 슈퍼라운드에서 중국을 상대로 두 번째 등판 기회를 가졌고, 1이닝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대만전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리고 대만과 결승전에서 다시 한번 뒷문을 담당했다.
고우석은 2-0으로 근소하게 앞선 9회말 선발 문동주(6이닝)를 시작으로 최지민(1이닝)-박영현(1이닝)에 이어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아시안게임 4연패를 향해 남은 아웃카운트는 3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 때문이었다. 9회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선두타자 린즈웨이를 1루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깔끔한 스타트를 끊었는데, 문제는 이후였다.
고우석은 린리에게 안타를 내준 뒤 대만의 '4번 타자' 리안커와 맞대결을 가졌는데, 1B-0S에서 던진 스트라이크성 공들이 모두 볼 판정을 받았다. 누가 보더라도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를 제대로 찌른 공이었는데, 2구째가 볼 판정을 받자 고우석은 어처구니가 없는 듯 허탈하게 웃었다. 그리고 3구째 또한 볼이 선언되자 이번에는 마운드에 주저앉아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심판의 오심 속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인 고우석은 결국 리안커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1, 2루의 위기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고우석은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뛰고 있는 우녠팅과 맞대결을 가졌고, 2루수 방면에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이때 김혜성이 타구를 잡아낸 후 2루로 향하던 1루 주자를 태그 아웃시켰고, 타자 주자까지 1루에서 잡아내며 마침내 금메달을 품에 안을 수 있게 됐다.
우승 직후 선수들과 껴안으며 4연패의 기쁨을 만끽했던 고우석. 하지만 메달 수여식이 시작된 후 감정이 북받쳐 오른듯 쏟아지는 눈물을 참아내지 못했다. 2020 도쿄올림픽 '숙적'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던 아쉬운 수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부상으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던 것 등 국제대회에서의 책임감이 그동안 어깨를 짓누른 듯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정규시즌 성적 또한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만큼 스트레스가 큰 듯했다. 이로 인해 마음고생이 참 심했던 고우석이다. 지난 4일 29년 만의 정규시즌이 확정된 가운데 임찬규는 취재진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졌는데, 우승이 결정된 후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발탁돼 있는 선수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과정에서 고우석의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임찬규는 "(고)우석이에게서 연락이 왔더라. 우석이가 '축하드립니다'라고 하는데 다른 팀인 줄 알았다"고 웃었으면서 이내 "우석이가 올해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가서 첫 마디가 '너무 힘듭니다'였다. 나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알겠더라. 금메달을 따고 와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고우석은 메달 수여식 전에도 한차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팀 '주장' 김혜성은 '룸메이트가 누구였느냐'는 질문에 "(고)우석이"라고 답하며 "결승전을 앞두고 내일(7일) 이 시간에 우리가 제발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우석이가 생각보다 눈물이 많은 친구다. 울볼라서 그를 받아준다고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계속해서 김혜성은 '시상식이 끝난 후에도 울었느냐'는 말에 "방에서는 안 울었다. 야구장에서만 울었다"면서도 "울보라서 숙소에서 또 한 번 운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느 시점에 울었는지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쳤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내내 여러가지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일단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국제대회에 대한 부담은 완벽하게 털어냈다. 이제 고우석이 눈물을 보일 일이 있다면, LG가 한국시리즈(KS)에서 우승을 거둔 뒤. 과연 고우석이 올 시즌 마지막 순간 다시 한번 마음고생이 아닌 기쁨의 뜨거운 눈물을 쏟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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